그대의 향기. (上) by pero 숨이 쉬어 지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남자의 손이 목을 잡아쥐어 매고 있었다. "너 같은 새끼는 죽어야 해!! 왜 내 앞길을 가로 막는 거야!! 나는 그녀가 좋다고.. 그녀만이 내 아내라고!!" 남자는 사신의 표정이 되어 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몬의 눈에는 눈물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나를 죽이려고 하고 있고... 더이상 숨을 쉬기엔 무리였다. 살아야 하는데... 의식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방 구석의 바구니 속에 들어가 몇일 후 껍질을 깨고 나올 내 아이가 눈에 밟혀서... 옛날부터 좋아한 내 사랑하는 사람이 눈에 밟혀서.. 무심한 사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사람.......... 사랑했습니다..... ------------------------------------------------------------------------------- ------------------------------------------------------------------------------- "이제 다신 안 온다." ".....네?" "엔리 공주와 결혼할거다. 구애하러 가기로 했다. 이제야 말로 시간 낭비해선 안돼지. 거머리 같은 바이론이 본격적으로 달라 붙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 황태자는 웃옷을 걸치면서 말을 이었다. "엔리공주는 똑똑한 사람이다. 그녀는 멍청한 판단을 하지 않을꺼야. 내 아내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다. 하지만, 그 거머리가 정신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있어서 말이야. 내일부터 출발한다. ..........너도 네 짝을 만나 임신도 했으니 더이상 내가 있어봤자 서로에게 손이 될 뿐이지." 몬은 검은 눈을 들어서 황태자를 멍하게 올려다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황태자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내가 그녀와 결혼하길 얼마나 바래왔는지 알고 있겠지? 그녀를 처음 봤을때부터 나는 느낄수 있었다. 그녀는 나의 천상배필임이 틀림없어. ......너도 순산해서 그 아이의 아버지와 행복하게 살거라." "바르칸 태자전하..." "혹시라도 나중에 방해하는 일 없도록 해라. " 몬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무심하게 끝을 고하던 황태자는 계속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시종들이 없는 상태에서 그는 옷을 제대로 입지 못했다. "제길.. 이거 어떻게 하는거냐? 몇번을 입어도 서민의 옷은 잘 모르겠구나." "아ㅡ 이건 이 끈을 이렇게 한번 둘러서 입습니다. 그리고 이건...." 몬은 침상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황태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속바지의 끈을 잡아서 묶었다. 다리사이의 하얀 액체가 떨어지는 것이 찝찝하긴 했지만 일단은 그의 옷을 입혀주는게 먼저였다. "네 아이 말이다. " 황태자는 전에 만났을때에 비해 많이 부푼 몬의 배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까지 그 아이 아버지는 부인하느냐? 그아이가 자기 아이인걸?? .................너 설마 약먹어서 애밴건 아니겠지." "설마요.... 저는 그 약 살 돈도 없습니다. 전하가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 남자의 아이가 확실하지 않느냐. 그 남자는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아이가 생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바르칸은 자신의 옷을 입혀주는데 열중하고 있는 몬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다. 정사후라서 유난히 색기가 흐르긴 하지만, 원래도 이녀석, 박색은 아닌데 말이다. 밤일도 얼마나 끓어 오르게 하는지 모른다. 자신의 상징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기술도 꽤 나쁘진 않고. 그 녀석의 비구에 넣었을때 얼마나 꽉 죄어주는지... 늘 이녀석이랑 치르게 되면 시간이 가는 것도 잊는 것이다. 물론 몬이 녀석이 눈동자가 검은건 기분 나쁘겠지. 하지만 나의 눈동자도 일반의 아이카이언 국민들의 파란 눈동자는 아니다. 나는 황실 혈족의 증거인 붉은 눈동자인것이다. 몬이녀석은 어디서 날아온 잡종인지 몰라도 머리카락도 눈동자도, 몬이의 하반신의 음모까지도 검은색인것이다. 처음 봤을때는 신기했었지만 자꾸 볼때마다 구역질이 나려고 했었다. "전하, 어디까지 나가시면 됩니까?" "카이자와 시장 앞의 대광장이다." "아직 테오거님이 안 오셨는데.....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몬은 테이블 옆에 타고 있는 등불을 이동식 등불안으로 옮겼다. 그리고 황태자의 뒤로 돌아서 대충 밑에서 흐르고 있는 액체를 종이로 닦아내고 옷을 입었다. "너의 남편도 어떤 계집과 결혼 약속을 했다고 들었다. 물론 여자와 너를 비교를 할 순 없겠지만, 인연이란것은 하늘이 정해준 것이라 언젠가는 정신을 차릴거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예 감사합니다." 자박자박... 산에서 걸어 내려오는 길은 꽤 험했다. 밤이라서 등불을 든 몬이 앞장서서 걷고 있는걸 뒤에서 바르칸은 보고 속으로 웃고있었다. 임신도 한 상태에다 천성적으로 왼쪽 다리를 절고 있어서 그런지 뒤에서 보니 뒤뚱뒤뚱 오리같았기 때문이다. 웃음을 참으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붉은 꽃이 보였다. 저 꽃은 몬이에게 꽤 어울리리라. 겨울인데도 어떻게 저렇게 피었을까. "몬아, 잠깐만 서 보거라." 몬은 발밑의 얼음 진흙을 피해서 풀이 난 길 가로 비켜 섰다. 황태자는 옆에 예쁘게 펴 있는 붉은 꽃 한송이를 꺾었다. 그리고 몬의 앞에 다가가서 몬의 머리에 꽂아 주었다. "이쁘구나. 이렇게 해서 너의 남편에게 보여주렴." 몬은 수줍게 웃었다. 바르칸은 몬의 옆에 아까보다는 좀 더 가깝게 해서 걷기 시작했다. ### 몬이 15, 바르칸이 20세일 때, 20살이 되어서도 배필을 만나지 못한 바르칸에게 눈에 띄인것이 몬이었다. 세계를 주름잡는 강대국의 하나인 아이카이언의 단 하나뿐인 황태자의 배필은 황태자가 20이 되는 나이까지 나타나 주지 않고 있었다. 바르칸이 성질이 늑대처럼 사나워도, 배필을 못 만난 황태자의 천성적인 습성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말릴수 없었다. 황제와 황후도 바르칸이 전장에 나가서 피의 황태자라는 말이 들릴정도로 잔인한 살상을 해 대는 것을 눈 감고 있었다. 하지만 바르칸의 일 처리 능력은 선대의 누구보다 뛰어나서 그 누구도 불만을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늘이 정해준 배필을 만나 그 배필이 낳은 아이와 한평생 오순도순 살아가는게 그 세계의 행복론이었다. 하늘이 정해준 배필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지만, 여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배필이 여인인 사람들은 남부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남자 커플은 배필이 아닌 인연이라면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이전에는 아이가 없는 부부들이 다수 있었다. 옛과는 달리, 현재로써는 관계를 가지면 아이를 밸 수 있는 약이 생겼지만, 예전에는 배필 못 만나는 사람들이 사회 범죄를 일으키는등 문제가 많았다. 범죄는 줄고 아이카이언이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일구어 내었지만, 옛날에 비해 정조 관념은 약해 지고 있었다. 하지만, 황실 핏줄만큼은 하늘이 정해진 순리대로 가야만 하는법. 20살이 되었는데도 배필이 나타나지 않자 황태자의 성격은 칼날같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바르칸은 데하멘 백작의 생일 파티에서 반려가 없음을 다시 확인하고 거친 발걸음으로 회장을 나왔다. "모든 이의 아버지인 신, 세르한이여. 당신은 이렇게 나를 버리시렵니까. 아이카이언을 버리시렵니까!!!! 왜 나한테 이러는 거지? 반려도 없이 죽으라고 당신은 나에게 여러가지 능력을 준건가?! 나는 당신을 믿었는데!! 아이카이언이 당신에게 섭하게 해준적이 있던가? " 바르칸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발코니에 서 있었지만, 그의 화는 삭아지지 않았다. 바르칸은 피가 보고 싶어졌다. 뭔가를 칼을 잡고 베어야 화가 풀릴것 같았다. 바르칸의 눈동자는 한층 더 붉어져서 흰자까지 핏발이 서 있었다. 손에는 손톱이 육식동물처럼 날카로워 져서 길어지고 있었다. '저기에 저 근육이 벌떡 거리는 놈, 한번 잡아 볼까. 재미있겠는걸.' 바르칸은 밑에서 경비는 안 서고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히히덕 거리는 경비병을 보고 희생물로 택했다. 2층 발코니에서 바로 1층으로 뛰어 내려서 경비병들에게 다가갔다. "이거, 이거보게. " 한 경비병이 아기의 그림(초상화)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또 자기 딸자랑이네-- 에이그.." "자네도 한번 낳아봐. 그것도 흔한 아들도 아닌 딸이라고! 이제 우리집도 살림이 피는겨... 히히 " "그래, 부럽소---부러워 미치것어-- 우리집은 아들이라서 밥 벌이 밖에 못하네. 이사람아." "아이구.. 우리 딸, 누굴 닮았는지 보면 볼때마다 이쁘단 말이여." 아기의 아버지는 아기의 그림을 안고 춥춥거리면서 뽀뽀하기 시작했다. "....자네, 변태같어. 그만하쇼." "키키.. 부러우면 말로 하랑께." -저벅저벅 "아이유.. 우리 마누라는 말이여, 남자라서 그런지 확실히 낳을때 너무 힘들어 하더라고. 다시는 그런거 안 시키고 싶어." "애라는 건 생기기도 힘든 일인데, 낳고 안낳고가 맘대로 되나잉- 생기면 낳아야지. 생겨지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지잉-" ---"아기라... 자네 아기인가?" 경비병들은 갑자기 허스키한 저음의 목소리가 들리자 움츠리며 뒤돌아 보았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이고!! 저게 뭔겨!!!" "아이고야!! 사람살리우!!! " ---"....시끄럽군." 인간의 형상이 아닌 황태자의 모습을 경비병들은 알아 보지 못했다. 명색이 경비병인데도 한 손에 창을 들고선 둘다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아이고!! 늑대님 살려주시옵소서!! 저는 집에 토끼같은 자식이 올해 태어나서 열심히 일해서 먹여 살려야 합니다. " "이사람아!! 나도 내 아들 3살밖에 안됐어!! 이제 막 말하기 시작해서 시도때도 없이 매일 밤 떠들어 대는 자식이 있습니다요!! 제발 살려주십시오!!어엉...엉.." 바르칸은 그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 자식새끼.... 이쁘겠지. 허나 나는 자식새끼가 없어서 그런것도 모르겠군." 바르칸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뭐? 자식? 마누라? 속에서 화르륵 불이 올라 오는듯 했다. 일국의 황태자인 나조차 그런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하찮은 너희 들이 그런것을 향유하고 있다고? ---"죽어라. 그것이 너희들의 운명이다. " 말을 마치지 마자 바르칸은 손톱으로 한놈의 옷자락을 걸고 들어서 성벽에 던졌다. 성벽에 쳐박힌 경비병은 성벽에 머리가 부딪혀 머리에서 나오는 피가 흔적을 남기면서 힘없이 몸을 떨어뜨렸다. 바르칸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그의 몸을 하나하나 잘라내기 시작했다. 눈. 코. 입. 다리. 팔. 동료의 죽음을 보는 병사의 눈은 절망과 경악에 차 있었다. ---"크흐흐... .이 녀석 오줌 싼거아냐..." 바르칸은 죽은 병사의 시체를 갈기 갈기 찢어서 아직까지 벌떡이고 있는 심장을 꺼냈다. 심장옆의 힘줄을 모두 손톱으로 자른 후 동상이 된듯 그자리에서 벌벌 떨고 있는 병사에게 내밀었다. ---"네 동료의 심장을 먹어라. 이걸 먹으면 너만은 살려 줄 수도 있다." "엉엉엉......" 경비병은 자꾸 우물쭈물대면서 망설이고 있었다. ---"캬아아앙!!" "아이고아이고...엉엉엉....아이고.... 아이고.............." 목을 놓고 울던 경비병은 괴물에게서 동료의 심장을 받기 위해 다가가는 도중 확 풍겨오는 피비린내에 역함을 느끼고 구역질을 시작했다. :"쿠엑...쿠엑...." 바르칸의 인내가 극에 달했다. 심장을 그 경비병게 던진후 경비병의 정수리에 이미 죽은 경비병의 창을 직격으로 꽃아 넣었다. "허어억!!!" 경비병은 크게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꿰여 뒤로 넘어졌다. ---"나는 기다리는 것은 모른다." 바르칸은 한쪽 입술만 올려서 웃어 보이고 뒤돌았다. 두사람이나 죽였지만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다. 분노도 풀리지 않았다. 경비병의 눈은 바르칸을 향해 있었다. 경비병은 호주머니에서 아까전에 자랑하던 자신의 딸의 그림을 꺼내들었다. "다이....아나.......... 다이아........... .......늑...대...당신..... 내가.....저주....할.......흐읏.....거야.............." ---"너 같은 백정들 저주따위 두렵지 않다. 하하! 걱정말기를.." "자식을...........크흐흐윽..... 두고.... 아내를....두....고.......... 죽................" 바르칸은 죽어 가는 경비병의 옆으로 가서 발을 들어서 퍽퍽 찼다. ---"천한 놈이 입이 뚫렸다고 말은 퍽이나 잘하는구나. " "자식과....아내....큭.......아악.........어떤...의미................................ ................................" 경비병은 마지막 힘으로 자신의 딸의 그림에 입술을 댔다. 바르칸은 그 모양을 보고 짜증이 났다. 경비병이 숨이 끊어졌는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감히 천한게 저주라는 말은 어디서 배워와서 떠들어 대는거냐." 바르칸은 경비병의 급소에 손톱을 박아 넣고 기를 불어 넣었다. 경비병의 몸은 급소를 시작하여 갈기 갈기 찢어지고 있었다. ...2명가지고는 부족했다. 다른 희생물을 찾아야만 했다. 어떻게 하든 화를 삭여야 했다. 바르칸은 자신의 가슴춤에 넣어 가지고 나왔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점화" 바르칸은 담배 끝에 불을 붙여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 -털컹!툭투르르르... 바르칸은 뒤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속으로 웃음지었다. 그래. 제발로 찾아 왔구나. 오늘 유난히도 달빛이 밝은데 이런 광경을 자세히도 봤겠군. 바르칸은 담배를 한손에 쥐어서 꺼버렸다. "누구냐." "누구세요?" 바르칸은 자신의 눈에 이상이 있는지 의심을 했다. 어떻게 저런 인간도 있나? 눈하고 머리카락이 까맣다. 황색이 좀 섞인 것도 아니다. 달빛이 밝아서 내가 본 색깔이 맞으리라. 저 색은 검은 색이다. 아주 진한 흑색!! "너야 말로 뭐하는 놈이냐." "아............ " "보았느냐?" "왜....왜............경비병 아저씨들을 죽인 거예요?! 그래요, 봤어요. 봤다구요!! 데하멘 백작님께 고할거예요!!" 바르칸은 멍하니 그 쪼그맣고 까만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녀석을 바라 보았다. 이건....뭐냐...... 눈앞에서 두사람이나 죽어 간 걸 보면 보통 미치든지 덜덜 떨던지 도망가던지 셋중에 하나일텐데. 이 앞의 꼬마는 나를 보고 왜 죽였냐고 닦달 하고 있었다. 아니. 꾸중일까? 나는 이때까지 누군가에게 제재 당해본적이 없으니 이런 경우는 황당했다. "이런...일이.....!!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람을 죽이면 안돼요!! " "...데하멘 백작은 밑의 것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했나 보군." "뭐라고요? 나는 글도 다 읽을줄 안다고요!! 무식하다니!!" 바르칸은 처음엔 놀랐지만, 이제는 점점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이 녀석은 시시하게 가지고 놀다 죽이지 않으리라. 후회하며 울고 불고 할때까지 괴롭히다 죽여야 겠다.' "꼬마야. 용기가 가상하구나." ",....나도 죽이려고 하고 있죠?" "아~~~~잘 알고 있군. " "잠깐만 기다려 봐요." 꼬마는 자신의 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품속에서 작은 거울을 꺼냈다. "이건, 라이아나 누나의 거울이예요. 제가 못 돌려 주게 되면 이걸 대신 전해주세요. 잘썼다는 말도 꼭 해 주셔야해요.." 바르칸은 꼬마가 꺼낸 거울과 꼬마를 번갈아 보았다. 한마디로...이 꼬마는 간이 배밖에 나와있었다. "난 가족도 없어요. 당신 맘대로 죽여도 돼요, 하지만 이제 아무나 함부로 죽이지 마요. 누군가의 아빠고, 남편일거예요." "................" "나는 이 거울만 잘 전해 주면 돼요. 자요. 여기 눈감고 있을께요. " 꼬마는 주위를 휘휘 둘러 보더니 달빛이 비치고 있는 부드러운 잔디 위에 누웠다. 바르칸은 너무 순순하게 자기 목숨을 주는 꼬마의 행동에 어느정도 동요하고 있었다. "꼬마. 이름이 뭐냐?" "...왜요?" "아무래도 널 자주 볼것 같아서 말이다." 바르칸은 너무 순순한 꼬마를 죽이지 않기로 했다. 꼬마 옆으로 가서 잔디를 깔고 앉으니, 왠지 안정이 되었다. "내 이름은...." 꼬마는 살짝 웃더니 바르칸의 눈을 마주보았다. "몬. 이라고 해요. 빨리 부르면 모니모니모니~~~이렇게 돼요. 고아라서 성은 없어요." .............향기. 어디선가 꽃향기가 났다. 잔디만 깔려 있는 데하멘의 정원인데, 왜 꽃향기가 나를 안정되게 하는가. 바르칸은 점점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손톱도 원래 모양을 되찾고 있었다. "변신하는 건가요?" "그래... " 바르칸은 옆에서 손을 잡고 신기하다는 듯이 살펴보는 꼬마를 바라보다가 자신이 점점 발정하고 있는것을 느꼈다. 꼬마가 풍기는 꽃향기는 바르칸에게는 커다란 유혹이 되었다. 바르칸은 꼬마를 붙잡고 바닥에 눕혔다. "아.......아하하ㅡ, 아하하--!! 간지러워요!!" "응..간지럽고 기분 좋게 해 주마." "아하하ㅡ 까르륵... 나.. 안 죽이는 건가요?" "응... 죽일거다....... 밤새도록....." 바르칸은 몬의 검은 머리카락을 손에 넣고 향기를 킁킁대며 맡았다. "네 구멍에 나를 넣어서 너를 죽일테다....." "하아........응....." 바르칸은 꼬마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었다. 꼬마의 입술이 조근조근 움직이자 바르칸은 자신의 혀를 넣었다. 두 사람의 타액이 입안에서 섞이면서 질척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숨을 못 쉬겠어요. 읍.............웅...." "............" 바르칸은 갑자기 안에서 끓어 오르는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신이 없었다. 우선 옷을 벗어 던졌다. "몬아.... 몬............." 나체가 되자 마자 바르칸은 몬의 옷도 벗겨 가기 시작했다. 웃옷을 벗기자 몬의 작은 분홍색 젖꼭지가 보였다. "이쁘구나.... 예쁘다...." 바르칸은 유륜을 만지작 거리다가 꼿꼿히 서있는 유두에 손을 댔다. "아............ 간...간지러워요...." "네 젖이 먹고 싶은데.... 여길 빨아 볼까?" "남자도 젖이 나오나요?" "빨아 봐야 알겠지.." "으웃..... 하악....하악........." 몬의 성감대인것 같았다. 젖꼭지 하나 빤것 가지고 몬이 자지러졌다. 바르칸은 혀를 이리저리 꼬아가며 젖꼭지를 열심히 빨아댔다. 춥춥 소리와 풀벌레 소리. 몬과 바르칸은 그렇게 초야를 보냈다. 몬이 빌린 거울을 갖다 주자 마자 바르칸은 몬을 데리고 황궁으로 향했다. 바르칸은 처음으로 느껴본 향기에 놀랄정도로 안정되었다. 몬을 만난 이후로 바르칸은 살육을 즐기는 동물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다. 몬과 함께 있는 10년 동안. ----------- (中) ------------------------------------------------------------------------ ------------------------------------------------------------------------ 바르칸과 몬은 산을 내려왔다. 몬의 집에서 카이자와 시장까지는 가까웠다. "몬이야. 저게 무어냐?" "예?" 몬은 바르칸이 보는 쪽으로 눈을 향했다. "아!! 저거, 람다린이라는 건데, 왜, 전에도 여러번 집에서 드셨잖아요. 맛있었죠? 드시고 싶으세요?" 바르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몬은 바르칸의 손을 잡고 노점 앞으로 다가 갔다. "안녕하세요." "어라, 새댁. 오래간만이네. 잘 먹고는 있는거야? 얼굴이 영 별로네. " "헤헤.. 먹을 만큼은 먹고 있어요. 애기가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네요. 너무 음식을 가려요. 그런데 아줌마가 파는 람다린 만큼은 잘 먹네요." 바르칸은 몬이 살이 많이 내린 것을 걱정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핏줄 하나 없는 고아라고 생각했었는데 사교성이 있으니 주위에 사람은 많구나... 라고. 후에 엔리공주와 혼사에 해가 될것 같아 몬을 맨 몸으로 쫓아 내긴 했지만, 그 후로 일자리가 변변한게 없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것을 바르칸도 알고 있었다. 몬이 황궁을 나오면서 바르칸도 거의 매일 몬이 사는 곳으로 갔기 때문에 속사정까지도 빤하게 알았다. 하지만 몬에게 돈까지 주게 되면 엔리공주는 오히려 더 의심할것이 뻔하다. 그리고, 몬이 돈을 밖에서 벌어서 자신이 올때마다 음식을 만들어 주거나 사 주니까 여러 서민 음식도 맛볼수 있어서 좋았다. "옆에 훤한 남정네는 누구야? 혹시 몬이 바깥양반이니?" "아, 아니예요,친구. 친구." "잠깐." "아,,,,,,,예?" "아주머니, 그 스푼, 새 걸로 안바꾸고 그대로 쓰는겁니까?" "그럼 포크를 쓰나???" "비위생적입니다. 스푼에 묻어있는 하얀건 뭡니까? 그런식으로 장사하면 식품법령 502조 3항....." "그만하세요,, 앗, 아주머니 죄송해요. " 몬은 바르칸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말렸다. 바르칸도 황궁 밖이 아니니까 참자.. 라는 식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거, 한손으로 들고 걸으면서 먹을 수 있게 컵 같은 곳에 담아 주시겠어요?" "에이고, 알겠어." 몬은 가판의 아주머니가 담아준 람다린을 들고 바르칸의 손을 끌었다. "테오거 위사님이 와 계실거예요. " 몬은 람다린을 바르칸에게 건넸다. 바르칸은 맨 손으로 람다린을 하나 집어서 몬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저 아주머니의 람다린이 제일 맛있어요.:" "..............요즘은 일 뭐하냐?" "음..... 임신을 해서 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쪼그려 앉아서 하는 일은 잘 못해요. 그리고 요즘 많이 졸리고요.... 나중에 아이 낳고 몸조리 하고 나면 열심히 일해서 더 맛있는거 사 드릴께요." 바르칸은 람다린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그 일하는 여편네의 더러운 스푼이 맘에 걸리긴 했지만 조금만 더있으면 엔리공주와 화려한 국혼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밑의 것들과 입씨름 하기는 싫었다. "너 안그래도 살도 없던 녀석이 살이 더 내려서 보기 싫어. 옛날에 비해서 많이 힘들어 하더구나. ....어제밤도." 바르칸은 헉헉거리며 자신의 보폭에도 제대로 맞춰오지 못하는 몬을 한심한듯이 쳐다 보았다. "네가 알을 가져서 헷갈리는 모양인데 너도 남자란 말이다. 책임감이 있어야지." ".....................예. 맞습니다." "못난 놈... 네 남편이라도 제대로 잡아 놓던가. " 몬은 그저 고개 숙이면서 끄덕거렸다. "성교육 받은 적은 있나?" "학교.. 가본 적은 없어서요." "하긴 나도 25정도에 반려를 맞이할 준비로써 여러가지를 배웠지만.......어쨌든 한번 낙태해 버리면 약 10년이 지나지 않으면 다시 임신 되지 않아. 그것만 알아두거라." 몬이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 보자 바르칸은 속이 답답해 졌다. 나이도 이젠 26이나 되는 놈이 책임감도 없어서 임신과 몸을 핑계로 돈도 제대로 못 벌고 그렇다고 색기를 피워서 남편놈을 잡아 두지도 못하고.. 능력도 없는 놈이 기구하게도 고아이고. 기초적인 성지식도 모르고. 잘보면 다리 한쪽도 절고 있는 장애자이고................................ 이런 패배자 녀석이 아이카이언에서 태어나다니. "건투를 빌겠습니다. 부디 조심해서 갔다 오세요." "너도... 잘 살거라." "아, 그리고...." 몬은 자신의 허리춤에 손을 넣어서 종이로 포장 해 놓은 것을 내밀었다. "말 위는 많이 춥죠? 이거 하고 가시면 따스할겁니다." "아.... 그래.. 알겠다. 아마도 1달후에는 좋은 소식 들릴거다. 엔리공주와 1달후에 돌아오마. .....그녀와 의논해서 그녀만 괜찮다면 너를 다시 황궁 안으로 불러 주마. 네가 능력이 없어서 일자리도 제대로 못구하는 것 같은데 그때까지만 기다려 보거라." 몬은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꾸벅 해 보였다. "몬이야. 그렇게 하고 지금 너의 남편에게 가서 다시 한번 이야기 해 봐라." "하지만.... 이전에도 그냥 쫓겨나 버렸는걸요..." "그 아이는 고아로 만드는 것이 싫다면서? 그러려면 어쩔 수 없지않나." 몬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르칸의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절을 했다. 몬은 이제는 황태자를 대할 때 예전 처럼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10년 전 어릴때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자신을 꼬아내어 관계를 가진것에 대해 미움이 있었지만, 만약 태자가 자신을 황궁으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여기저기에 팔려가서 지금쯤 죽었을지도 모른다. 태자는 몬에게 다정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늘 칼같고 서릿발같기만 한 사람이 자신 앞에서는 여러가지 표정과 행동을 보여줬다. 황궁에 가서 얼마 되지 않았을때, 매일 같이 요구해 오는 황태자를 받아들이느라 몬은 늘 녹초가 되어 있었다. "아아악.... 바르칸님........아파..아파...아파...!! 아파요!!!" "뭐 이런것 가지고 그러나." 바르칸은 몬의 몸 안에 자신을 밀어 넣고 몬의 머리카락에 자신의 코를 박고 있었다. 바르칸의 상징은 몬도 만져본 적이 있었다. 거무스름 하고 컸었다. 몬은 자신이 예전의 데하멘 백작의 저택의 부엌에서 쓰던 밀가루를 빻던 봉을 연상하곤 했다. 부엌의 아주머니들이 커서 편하다고 좋아하던 그 커다란 봉. 특히 끝이 들어 오기 시작하는 부분은 둥글고 매우 커서 늘 몬의 비구의 입구를 찢어대었다. 특히나 커졌을때 힘줄이 툭 튀어 나오고 핏줄이 보일때에는 몬은 늘 괴물같은 그의 것이 너무 무서워서 매일 울어야 했다. "아악... 하악.......으응......아아아!!" "헉...........................으....................." 바르칸의 육봉이 몬의 밑으로 꽉 채우고 강하게 움직여 대자 몬은 이제 기력도 없어 끅끅 대었다. "너의 것도 이젠 좋아서 벌름 벌름 거리는데 익숙해 졌나보구나. 하하..." "응... ... 아.............으흐흐흣.............아아아...악.......음....아..........." "아직 모자라나 보구나. 안이 뜨겁다. 후웃......" 몬은 안에서 격하게 움직이는 바르칸의 육봉을 어떻게라도 추스리기 위해서 엉덩이를 움찔거리면서 손을 연결된 곳에 뻗어서 어떻게 해 보려고 했다. 바르칸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연결 부분을 만졌다. 자신의 육봉의 침입으로 인해 부풀어 오른 몬의 구멍의 입구부터 찢어진 상처도 매만져 보았다. 몬은 눈물로 젖은 눈으로 바르칸에게 애원했다.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졸려요. 잠이 와요..." "너는 음모도 검구나. 내것인지 네것인지 바로 알수가 있군. 이 검은것은 너의 것..." 바르칸은 자신과 몬의 연결 부분에서 검은 털을 뽑아 보았다. "아야.... 아파요...흑..흑....." "세게 조이지 못하면 하나씩 뽑아서 민둥산을 만들어 주마. 어찌하겠느냐.:" "윽....끄윽.....흑......." 몬은 어쩔 수 없이 손을 침대 시트에 말아 쥐고 엉덩이의 이물을 꽉 조여보았다. "허윽...... 좋다... 좋다..........아주 잘했다. 몬이야....." 몬은 왠지 칭찬을 듣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힘을 주어 죄었다. 바르칸은 쾌감에 눈을 감고 몬에게 말했다. "몬이야.. 네것이 나를 잡고 놓아 주지 않는구나. 완전히 나의 것에 달라 붙었다. " 바르칸은 미칠것 같은 욕정을 느꼈다. 바르칸은 눈을 감고 힘을 주어 몬의 허리를 잡고 팡팡 허리질을 하기 시작했다. "네가 나의 것이 아프다 하니 내가 다른 것을 넣어 주마." 몬은 바르칸이 남기고 간 액체를 직접 손가락을 넣어 빼내고 있었다. 엉덩이 속이 미끈미끈 한것은 기분이 많이 나빴다. 바르칸은 환하게 웃으며 뭔가를 가지고 왔다. "뭐...뭔데요...." "넣어줄 테니 맛있게 먹어서 맞추어 보거라." 바르칸은 몬을 밀어서 곧게 눕혔다. 몬의 비구는 주름이 조금 이완된 상태로 숨을 쉬고 있었다. 벌름 거릴때마다 벌건 속이 보였다. "다리를 더 벌려 보거라. 잘 보이지 않는구나." "흣...흑..... 태자 전하... 저...하기 싫어요..." 바르칸은 화를 내는 척을 하며 몬의 엉덩이를 한대 쳤다. "엄살 부리지 말고 어서 벌리지 못해?!" "엉엉......흐윽.....................끄윽.....엉엉....... 나 정말... 졸려요..." 이미 욕정에 물들어 있는 바르칸은 바르칸이 아니었다. 몬의 비구가 상처를 입던지 말던지 그 빨간 속에 넣고 속살이 달라 붙는 강렬한 쾌감만을 즐기고 싶어하고 있었다. "어서 벌리래도." "으윽....흐윽.........." 몬이 조심스럽게 다리를 벌려 주자 바르칸은 강하게 손에 쥔 도구를 안으로 힘껏 집어 넣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몬이야? 몬이야??? 몬이야!!" 바르칸이 도구를 살짝 빼어봐도 몬은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하며 정신을 잃고 있었다. 바르칸도 순간적으로 놀라서 도구를 확 빼었다. 바르칸이 가져온 도구란 끝이 뾰족하고 굵은 것이었다. 급한 출입으로 몬의 입구와 안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다. 바르칸은 몬이 거품을 물며 뒤로 넘어 가기 시작하자 몬의 얼굴을 잡고 살피기 시작했다. 어의를 부르려고 했지만, 이런 하찮은것의 잠자리로 인한 상처따위, 황궁의 어의가 진료 해 줄꺼리는 아니다. 몬이 뒤로 피를 흘린 적은 이번뿐이 아니고 수두룩했으니 그런것이라고 바르칸은 단정 지었다. -툭...툭툭....... 바르칸은 수분을 먹은 뭔가가 툭툭 떨어 지는 소리에 몬의 엉덩이쪽을 보았다. 웬 핏덩이들이 떨어져있었다. 설마 장이 헐어서 떨어진건가. 몬의 몸을 눕혀서 엉덩이쪽을 닦아 주기 위해 살펴보자 핏덩이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 ......이건 대체 무얼까. 하지만 그리 큰 핏덩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바르칸은 별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몬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었을때에는 바르칸이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 주고 간호해 주고 있었다. "전하..?" "아아.. 깨어났느냐." 바르칸은 창백하지만 그 탓인지 유난히 붉은 몬의 입술에 키스했다. "괜찮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침상위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라 하지 않느냐. 나는 너에게 위험한 일은 하지 않으마. 이제 너의 안에 나의 것만 넣겠으니 나를 용서해 주겠니." 몬은 바르칸의 미안해 하는 표정을 보고 살짝 웃었다. 가슴에 뭔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세계의 강대국인 아이카이언의 황태자가 나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 ...........다정한 나의 황태자님. 몬은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걸 깨달았다. 용서의 의미로 바르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었다. 바르칸은 웃으며 몬을 안아 들어서 키스했다. 바르칸 또한 몬과 키스할때 가슴이 따뜻해 지며 제멋대로 웃음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너무 행복해 하고 있었다. ### "어머, 미카엘님, 정말 힘이 세시네요!!" "리아님 정도야 제가 손가락 하나로도 들수 있습니다. 아하하!!" "어머나, 꺄아아악!! 무서워요---" "리아님은 그런 표정이 제일 아름다우시군요. 당신의 입술을 저에게 주시지 않겠습니까?" "어머나--!!" 동네의 모든 처녀들은 미카엘의 힘자랑쇼--를 보고 있었다. 미카엘은 황궁 옆의 일반 서민의 시장크고는 제일 큰 곳인 카이자와 시장의 영웅이었다. 뛰어난 상술과 천하장사 1등의 자리는 절대 놓치지 않는 두뇌 명석 근육맨이 그였다. 동네 처녀들과 남자들의 화제의 인물도 늘 그였고, 카이자와 시장의 경제권도 거의 그가 쥐고 흔들고 있었다. 미카엘은 예전부터 가이넬 리아양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청초한 그녀의 미모는 여자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기 때문에 더 끌렸다. 그녀야 말로 자신의 배필이라고, 미카엘은 어렴풋이 감으로 알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한눈에 반한 그녀를 잡아야했다. 미카엘은 자신의 수입의 일정 퍼센트를 떼서 가이넬의 집안에 넣어줄 정도로 열성이었다. -술렁술렁..... 갑자기 사람들이 술렁 거리기 시작했다. 몬이 주춤거리면서 미카엘에게 다가가자 미카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미카엘님. 이야기를 좀 하고 싶은데.....:" "또 너야?또?!!!" 미카엘은 자신의 앞으로 온 자신의 어깨 정도밖에 안오는 작은 남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산달이 다가 오는지 눈에 띄게 불룩해진 배를 안고 한쪽 다리를 조금씩 절면서 미카엘에게 웃음지어 보였다. 미카엘은 자신의 실수를 후회했다. 머리카락도 까맣고 눈동자도 까맣길래 한번 손대 봤는데 이렇게 끈질기게 붙을거리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미카엘님??" "아, 리아양.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알던 사람인데 돈을 빌려 달라고 자꾸 이렇게 쫓아 오는군요. 보다시피 이사람 임신도 하고 있으니까 제가 말로만 좀 따끔하게 이야기 해서 보내고 오겠습니다." 리아는 말라 빠진 조그마한 남자를 쳐다 보았다. 눈동자도 크고.. 잘하면 여자로 오해받게 예쁘게는 생겼지만 저렇게 볼품없이 말라서야. 맘에 들지 않는 다는 식으로 한번 노려봐주고 리아는 미카엘에게 웃음지었다. "괜찮아요. 저는 여기서 친구들과 있을거예요. 미카엘님 빨리 오세요. " 미카엘은 웃음으로 회답하고 몬을 인정사정 없이 잡아 당겼다. [빨리 와.] 몬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하고 자신의 가게의 뒷문쪽에 몬을 밀어 넣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달라 붙는 거야. 돈이 목적이냐?" "아니, 아니예요, 우리 아이에게 아빠를 주고 싶어서 그래요." 미카엘은 가슴을 탕탕 치고 싶어졌다. 미카엘은 어느새인게 마을에 들어와 살고 있는 몬을 보고 장난이 치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그리고, 이 작은 녀석을 강간 비슷하게 범해 버릴때도, 후일에 귀찮게 할까봐 그녀석의 안에서 사정하지 않았다. 물론 확실히 피임을 못한것은 자신의 미스일지도 몰라도. 그 녀석 안에서 사정하지 않은 이상 아이가 생길리 확률이 적을 텐데, 이 녀석은 덜컥 애를 배버린것이다. "야, 몬. 너 나한테 원한이라도 있냐? 내가 리아와 결혼할꺼라는걸 모르는거야!?" "하지만... 제가 임신한 이상은 리아님은 미카엘님의 반려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몇번을 이야기 해야해. 니 뱃속 애새끼는 내 애가 아니라니까!!!!!! 확..진짜!! 이걸 패버릴수도 없고!!!!!" "...애가 듣고 있어요. 말 조심 해 주세요...." "너. 우리 마을로 처음 왔을때 부터 매일밤 들락날락 거린다는 남자가 있다며. 그 남자 애인게 확실하다니까!!" "하지만,, 그 사람이랑 10년을 같이 살았는걸요. 하지만 임신한적이 없었단 말이예요...!! " "웃기지도 않는군. 10년동안 딴 남자랑 뒹굴어댄 너를 그 누가 받아들이겠냐. 신이 저주 스럽다... 진짜...." "하지만, 애기는 아빠가 필요해요. 미카엘님....." 몬은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미카엘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미카엘은 짜증나는 듯이 짧은 머리카락을 거칠게 휘저었다. 아무리 설득해도 협박해도 몬 녀석은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분명히 몬 녀석은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있는 거다. 몬 녀석이 벌이가 없는 것은 미카엘도 조사를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거.... 한번 가지고 놀았다고 이렇게 까지 피해를 줘도 돼는 건가!! "내가 너때문에 리아랑 결혼 못하게 되면, 난 평생 너 저주할거다." "미카엘님. 우리 아기는..." "우리 아기가 아니래도!! 네 아이지 내아이가 아니야!" 몬은 화를 내며 아기를 부인하는 미카엘을 멍하게 쳐다 보았다. 이 사람은 정말로 아기와 나를 좋아하지 않아. .....아아.. 신이여. 왜 이 사람이 나의 반려입니까.. 나는 대부호도 필요 없고, 그저 내 아이를 귀여워 해 주는 사람을 원한것 뿐인데.. "한번만 내 앞에 나타나 봐. 나머지 한쪽 다리 까지 절게 해 줄테니까" 몬이 쌀광주리를 뒤져보자 쌀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일하러 가기 전에 밥이라도 먹고 가야할것 같았는데 결국은 못먹고 나가야 했다. 일 끝나면 산에 올라가서 나물이라도 캐어 와야지. 풀이라도 캐어와서 아이를 위해서라도 먹어야했다. 몬은 비록 시간도 돈도 부족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힘내자.. 라고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쌀 광주리 위에는 알록달록한 그림책이 있었다. 그것을 집어서 몬은 방에 쭈그려 앉았다. '그림책은 어릴때 많이 읽어주어야 해.' '우리 아기는 어릴때 그림책을 많이 읽어 주니까 말을 빨리 깨치더라고.' 동네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 그림책도 얻어 온거다. 그림 책 표지에는 알록 달록한 곰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몬은 책을 붙잡고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옛날에 옛날에ㅡ, 어떤 마을에 ......." 또 자버렸나 보다. 몬은 어둑어둑해져 있는 밖을 쳐다 보았다. 한 겨울이라서 지독히 추운탓에 윗옷을 덮고 누웠다. 몬은 배에 살짝 손을 댔다. 가만히 손을 대고 있으니 배가 조금씩 꾸물꾸물 거리며 움직였다. .....언제쯤 엄마한테 모습을 보여주겠니? 엄마는 너를 기다린다고 목이 빠지겠어. 아빠가 없어도 엄마는 너를 언제든지 지켜줄거니까 안심하고 어서 세상을 봐야지. 아가야. 몬은 자신이 아이를 배어서 이젠 어른같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다. 아기가 태어나서 걸음마를 할 줄 알게 되면 아이카이언의 수도를 벗어나서 해안의 도시로 가고 싶었다. 아무도 몬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수도의 사람들은 성질들도 급하고 격한 사람들이 많기에 성 안이나 궁안에서 살아왔던 몬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몬이야." 몬은 눈만 들어서 문을 향했다. 이 시간에 누구일까? "나다. " 이제 다시는 오지 않는다 말하며 이별을 고한게 3일 전이었는데 바르칸은 오늘 밤 문앞에 와있었다. "아ㅡ, 전하--! 밤 늦게 어인 일입니까?" "훗... 내일이면 엔리 공주에게 간단다. ........그건 그렇고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너를 한번 봐야 할것 같아서 말이다. 이젠 정말 만날 수가 없지 않니." 바르칸은 몬을 들고 몬이 누워있던 천 위로 눕혔다. 눕히자 마자 급하게도 몬의 옷을 벗겨 내는 바르칸을 보고 몬은 살짝 웃었다. 바르칸은 몬의 배를 살짝 만지며 말했다. "아기는 잘 크고 있느냐?" "아까전만 하더라도 그림책을 읽어 주고 있었습니다." "계속 손을 대고 있으니까 배가 움직이는게 느껴지는 구나." 바르칸은 몬의 배를 보고 있다가 살며시 귀를 대었다. "..................잘 크는가 보다. 숨 쉬는 소리가 들리는 구나. " "배에 귀를 대면 들리세요?" "당연하지. 모체의 안에 있을때의 알 껍질은 얇으니 여자가 수태했을때와 같지. 움직임도 느껴지고 아이의 호흡도 느껴진단다. 발차기를 하면 너도 느낄껄." 바르칸은 몬의 몸 안에 있는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생명이란 신기한 것이라 생각하며 바르칸은 왠지 모를 기쁨에 웃음 지었다. 이 아이가 태어나면 엔리 공주가 몬을 만나는 것을 반대해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엔리공주와 자신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몬의 아이에게 시중을 들게 하여 자신의 곁에 두는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몬이!! 여기도 벽돌 30장 날라와라." "여기도 빨리 가져오라니까!!" "예!! 지금 갑니다!!" 몬은 여기저기를 뛰어 다니면서 벽돌을 날랐다. 벽돌 옮기는 일은 힘들긴 했지만 수당이 꽤 높았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만 했다. 오늘은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집에 사 가서 삶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몬은 힘을 내서 벽돌이 든 바구니를 끼영차ㅡ 들어서 옮기기 시작했다. "여기 가지고 왔습니다. " "어이, 몸이 둔한건 알겠는데 좀 빨리 빨리 좀 움직이지?" "죄송해요. 아저씨." 몬은 미안한듯이 고개를 숙여보이고 아저씨들 옆에서 깨진 벽돌을 다시 바구니에 넣었다. "오늘부터 황태자 전하께서 엔리 공주님께 구애여행을 한다지?" "엔리공주님? 아, 그 유명한 공주님 말이지. 천하절색이시라며? 설마 아이카이언의 황태자를 거부할수 있겠나? 그래봤자 그쪽은 소국인데." "아니 왜, 바이론황태자도 노리고 있다는 말이 있던데." "허어. 거 쥐새끼같은 라슨멜리언의 황태자 말인가?" "라슨멜리언 정도면 꽤 괜찮은 나라 아닌가? 엔리공주님한테는." "하. 라슨멜리언 녀석한테 지면 돼나. 우리의 황태자님이 결국은 엔리 공주님을 모시고 오겠지. 뻔한것을..!" "어쨌든 딸이 있어야 여기서나 저기서나 큰소리 뻥뻥 치는 거네. 하하." "그러고 보니 요즘 여자 출생률이 오히려 줄었다고 하지 않아?" "어쨌든 마눌님들은 데리고 사는게 아니라 모셔야 하는거니 어쩌겠나. 하하" 두 남자는 곁눈으로 부서진 벽돌을 바구니로 주숴 담고 있는 몬을 쳐다 보았다. 배는 자꾸 부풀어 오르는데 저녀석은 갈수록 살이 내려서 뼈가 춤을 추는 듯했다. 바싹 마른 남자가 배만 튀어 나와 있는 것은 외계인같이 기이해서 보기 흉했다. 몬이 무거운 바구니를 들고 뒤뚱거리며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을 곁눈질로 보고는 두 남자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 (下 - 1 ) ---------------------------------------------------------------------------------- ---------------------------------------------------------------------------------- 카이자와 시장 옆의 대 운동장에서는 마을 청년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경기는 미카엘의 독 무대가 되어있었다. 미카엘을 마음속에 두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소리를 지르면서 미카엘이 골을 넣을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미카엘의 옆에서 서서 그는 나의 것이다 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리아는 그 날도 눈부시게 차려입고 있었다. 특주로 만들어진 연지도 바르고 온 그녀는 평소보다 한층 더 아름다웠다. 미카엘은 친우들과 함께 벤치에 앉아 자신을 보면서 응원하고 있는 리아를 보고 리아를 향해 윙크를 보냈다. 리아가 자신을 향한 것임을 알고 얼굴을 붉히자 미카엘은 다시 웃으며 경기를 계속 해 나갔다. 그날은 마침 휴일이었다. 몬도 조금 먼 거리에서 미카엘의 모습을 바라 보고 있었다. 경기 중간의 휴식시간이라 리아는 미카엘에게 타올을 갖다 주기 위해 일어났다. 리아가 손에 들고 있는 수건은 그녀의 센스를 엿볼수 있게 아름다운 수가 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미카엘을 무척 사랑하고 있었다. 이때끼지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대쉬했지만, 미카엘 처럼 멋있는 남자는 없었다. 미카엘이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미카엘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고,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다정했다. 리아의 아버지도 미카엘이 마음에 드는듯 했다. 손수건을 손에 들고 벤치 쪽으로 내려가려고 할때,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 눈에 띄었다. "............아?" "........어?" 검은 머리카락을 한 사람의 손에도 수건이 들려 있었다. 리아는 그 사람을 보자 마자 이전에 미카엘이 말한 돈을 꿔간 사람이란것을 눈치 챘다. "당신, 아직 미카엘님의 돈을 못 갚은 거예요?" 리아는 한쪽 입술을 올리며 몬에게 톡 쏘아붙였다. 미카엘님은 너무 마음이 약해서 이 사람한테서 돈도 못 받고 있는거야. 내가 미카엘님의 아내가 되면 당신 같은 사람은 미카엘 근처도 못가게 해야돼는데!! "흥. 이런 경기 구경올 시간에 일이나 해서 돈이나 벌어요. " "혹시.. 이전에 뵌 분이 아닌가요?" "...이제 기억이 나나요? 하긴 돈 빌린것도 기억못하고 얼굴 들고 다니는 거 보면 용해. 정말." 몬은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그녀의 말에 조금 당황했다. 이때까지 성 안 같은 곳에서 생활했었던 적이 더 많은 몬에게는 그런 평민들의 말투는 어색했다. 하지만 몬은 배를 살짝 쓰다듬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여자에게서 지면 내 아이는 아빠가 없는 아이가 되어 버린다. 몬은 수건을 손으로 꼭 쥐고 그녀에게 말했다. "제 남.편. 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뭐라고요?" "저는 지금 저의 바깥사람한테 수건을 주려고 가는건데 말입니다. 아가씨, 당신 미카엘님이랑 사귀시는지?" ".........당신이 뭔데 그걸 묻나요?" "미안하지만, 미카엘 님은 제 남편이고 이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이상의 교제는 하지 말아 주세요." 리아는 경악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말라빠진 볼품없는 남자가 미카엘의 반려라고?! 미카엘은 늘 리아만이 자신의 반려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이 임신한 남자는 뭐란말인가! 리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쇼크로 인해 뒷걸음 질을 칠수 밖에 없었다. 몬은 재빨리 몸을 돌려 벤치쪽으로 걸어 가 버렸다. 리아는 덜덜 떨리는 손을 입술에 대었다. 손은 차가워져 있었다. "리아야!! 리아야?!" -탕탕 탕탕 리아가 울면서 집에 돌아와 바로 방으로 들어가 버리자 걱정이 된 리아의 모친은 걱정이 되어서 뒤쫓아갔다. 방문을 두드려대면서 리아를 불러 대자 리아는 문을 살짝 열었다. "리아야!! 왜그러니? 왜그러니? ?? 우리딸... 무슨일이 있었던 거니??" "엄마.. 엄마..!! 흐흐흑..." 리아는 어머니한테 울고 매달리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미카엘에게 임신한 반려가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리아의 어머니는 놀랐지만 다시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리아의 모친도 남성이었지만 딸인 리아를 낳게 되어서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그의 남편도 유명한 상인이었고 그도 괜찮은 집안의 출신이어서 그 사이에 외동딸로 태어난 리아는 금지옥엽이었다. 미카엘이라는 멋진 총각이 리아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때에도 리아의 모친은 미카엘이 귀족이 아닌 것에 아쉬워 했지만, 미카엘이 가진 재력과 인간성에 어느정도 수긍하며 리아와 미카엘의 교제를 허락했다. 그런 미카엘이 감히 반려가 있는 것을 속이고 자신의 딸을 농락하다니. 리아의 모친은 미카엘과 그의 반려를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힘들어 하면서 울며 자지러지는 리아를 두손으로 꼭 안고 그는 더이상 딸이 울지 않게 하리라고 결심하고 있었다. ##### 엔리 공주의 나라는 아이카이언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아름다운 메이티안. 수자원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특히 많은 나라임을 반영하듯 여러가지 금보석도 많이 나오는 나라였다. 비록 작은 나라였긴 하지만 바르칸은 메이티안의 백성들이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것을 보았다. 바르칸이 메이티안의 왕궁에 도착하여 응접실로 안내되었을때, 그는 제일 보기 싫은 상대와 마주쳐야 했다. 바이론 황태자. 라슨 멜리언의 제1계승후보자. "아, 친구. 간만이군." 바이론은 잠시 굳어진 얼굴을 풀고 바르칸에게 웃음 지어 보였다. "아아ㅡ 자네도 왔는가." "자네의 귀여운 시종은 어디로 갔는가? 아, 어떤이가 말해주더군. 황궁 옆에서 산다지? 요즘 잘 살고 있던가?" ".,.....나도 모르네.. 자네야 말로 왜그렇게 나의 시중을 들던 아이에게 신경쓰는가? 호오라, 그래. 그 아이의 미색에 혹했나 보군. 흑색과 백색이 조화가 되어 있으니 자네같은 상식 없는 인물에겐 매력이 있었겠지. 만나보고 싶은가 보지?" 바이론도 입술 한쪽을 휘면서 받아쳤다. "아아. 자네의 애인이지 않은가. 그 사람은. 자네가 구애여행을 오면서 정인을 버렸나 싶어 걱정했다네. 아이카이언 녀석들은 배신도 잘한다지." "누가 나의 정인이란 말인가. 그 아이가 벌써 결혼한지가 언제인데.라슨 멜리언의 인간들이야 말로 남의 뒷소문에 관심이 많다는 말이 맞나 보군." 두 남자의 사이에는 벌써부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다 황태자라 보니 주변에 남겨진 시종들의 숫자가 많아서 응접실이 꽉 찼다. 그 시종들도 서로 은연중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엔리 공주님이 오셨습니다. 카이언과 바이론은 동시에 자리에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 몬은 요즘 시장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지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눈을 하는 것이었다. 배가 고파져서 람다린을 사러 가니까 거기서 일하는 아줌마가 머쓱하게 맞아 주었다. "아.............왔어?" "아.. 예. 가면서 먹으려고 하는데 하나 포장해서 주시겠어요?" 그 아줌마는 스푼을 넣어서 람다린을 만들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 말이야." "네?" "거.... 부모님은 계시나?" "아.....예?? 부모님이요?" "응.... 계시는 건가?" "아니요, 안계시는데요." "오머야.... 소문이 사실인거야?" 소문? "예....?" 아줌마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몬을 보더니 옆에 있는 물통을 들고 몬에게 던져 버렸다. 퍽 소리가 나면서 물통을 직격으로 맞은 몬은 뒤로 넘어졌다. "아앗!" 람다린을 만들던 스푼과 그 옆에 있던 도구들을 잡히는대로 몬에게 던지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꺼져!!!! 이런 더러운 괴물 같으니라고!!!! 꺼져버려!! 이 잡종 괴물!!" "아아악! " 몬은 갑자기 발광을 하는 아줌마가 무서워서 뒤로 뛰어갔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아줌마가 칼을 들고 쫓아 오려고 하고 있었다. "왜,... 왜 그러세요?!!" "이 괴물!! 다시는 장사하는 데 오지마!! 재수없어!!!! 부정타니까 빨리 꺼져!!" 아줌마의 손의 칼이 빛을 받아 번쩍거렸다. 칼을 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아줌마를 피해 몬은 왜 피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뒤로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네?" "해고라고." "아니.... 아니.. 왜... 왜그러세요. 적어도 여름까지는 써 주신다고 약속하셨잖습니까." 몬은 공사 현장 감독에게 갑자기 해고라는 말을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언질도 없던 감독이 자신의 눈도 쳐다보지 않으며 해고라는 말을 하자 몬은 왜 해고를 당해야 하는지 인정할 수가 없었다. "아니, 제가... 왜 해고를 당해야 합니까!!!" "그....... 자네처럼 임신해서 배가 부른사람은 그저, 집에서 이리저리 몸조심을 해야지." "이때까지.. 이때까지 그런 말 하신적 없잖아요!! 제가 일을 열심히 안 한것도 아닌데 이렇게 갑자기 해고하시면 어떻게 해요, 감독님." "흠....흠..... 미안하지만 그렇게 됐으니 자아. 이건 이때까지의 수당이야. 애 잘낳고 잘 살어. 으응?" "감독님!!!" 몬은 도저히 사람들이 자신에게 태도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알수가 없었다. 감독을 계속 따라 다니면서 이유를 추궁하자 감독은 눈을 요리저리 돌리더니 한숨을 쉬며 담배를 꺼내들었다. 몬은 호주머니에 넣어 둔 성냥을 꺼내서 감독의 담배 끝에 불을 붙여 주었다. "감독님..... 제발 말씀해 주세요. 이유가 듣고 싶어요. 요즘 시장으로 내려왔을때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는데.... 그거랑 관계가 있는 건가요?" "에이휴..... 아이... 진짜.. 제길......." "감독님. 제발 말씀해 주세요. 말씀해 주시지 않으면 저도 모릅니다. ...우웁....웨엑......." 담배 냄새를 맡자 갑자기 속에서 역한 기운이 올라와서 몬은 구역질을 했다. 감독은 급히 담배를 끄고 몬의 등을 두드려서 진정되게 했다. "웨엑................우에엑.........웩.........하아...하아......" "이제 좀 나아졌냐?" "하아....하아.....예... 아. 담배는 괜찮았는데....." 감독은 입을 손으로 가리고 눈을 감고 거칠게 숨을 쉬고 있는 몬을 내려다 보았다. "임신한 사람한테 이렇게 까지 하는 것도 마음에 좀 걸리네만ㅡ" 감독은 돈 봉투를 다시 내밀어서 몬의 손에 쥐어주었다. "몬이. 네 눈이 왜 까만지 알고 있나?" "저는... 고아라서 그런거 모르는 걸요..." "괴물이 말이다. 눈이 꺼--무스름 하거든." 몬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설마 내가 괴물이라는 건가? 이 시대에 괴물이란것이 있긴 한건가?! "하하. 네 부모가 아니냐? 검은 눈 괴물이란." "저는 인간인걸요...? 괴물이라뇨!!" "아니야.어느 인간이 너처럼 눈이 시꺼멓냐. 왠만하면 시장쪽으로 내려오지도 말고 이쪽으로 오지도 마라. ..............모든 사람들이 기분이 나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은 집도 팔아 먹어야 하지 않겠냐. 제발 좀 내려와서 사람좀 괴롭히지 마라. 응? 부탁한다. 엉?" 감독은 부탁한다고 손까지 모아 보여주고는 훽 돌아서 현장으로 향했다. 몬은 돈 봉투를 손에 들고 입술을 덜덜 떨었다. ....사람 보고 괴물이라니. 이사람들은 지금 나보고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아참... 그 애가 태어났을때 동네 사람들이 난리칠 수도 있으니 빨리 어디론가 가버리는게 좋을거다--!! 그간의 정으로 충고하니까!!" 감독이 생각 났다는 듯이 몬에게 다시 말하고는 현장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것을 몬은 뒤에서 볼 수 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던 몬은 갑자기 다리에서 힘이 풀려서 천천히 주저 앉았다. 엔리 공주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두 남자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왜 이 두 사람은 동시에 와서 나에게 결정을 독촉하는지.... 엔리 공주의 아버지는 공공연히 바르칸이 괜찮지 않냐고 물어 왔다. 엔리 공주는 절대로 남자의 능력을 평가하여 팔려가듯이 시집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아무리 자신의 외모가 아름답다고 칭찬하더라도, 외모라는 것이 천년 만년 가는것이 아닌것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알고있었다. 하늘이 정해준 반려와 만나 행복하게 천년 만년 사는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행복이었고, 희망이었다. 바르칸은 물론 멋진 청년이었다. 31세인 지금은 그의 전성기과도 같았다. 하지만 31세가 될때까지 반려가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무척 안정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20세까지는 사나웠다고 하더니 어른이 되어서 뭔가의 전환점이 있었는지 누구에게도 칭송받는 인자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되어버린것이다. 그에 반해 바르칸과 동갑인 바이론은 성격이 안정되지 못하고, 늘 자신의 앞에서 얼어 버리는 사람이었다. 바이론은 순정적인 남자였다. 어릴때부터 파티에서 자주 만난 적이 있었던 바이론은 자신의 앞에서 늘 말을 더듬곤 했었다. 그리고 바이론은 뭔가가 위태위태한 사람이었다. 31세까지 반려를 만나지 못한 탓인지 성격이 안정되지 못했고, 사나운 점도 있었지만 엔리는 바이론이 무슨 일을 하던지 신경이 쓰여 견딜 수가 없었다. 바이론이 국무 처리에 서툴다는 평은 없지만 저 남자가 하는 일은 왠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던 탓에 바이론을 볼때마다 물가에 내 놓은 아이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바르칸이 오빠같이 믿을 수 있는 타입인데 반해 바이론은 자신이 돌봐줘야 할 남자라는 생각이 드는것을 떨칠수 없는 것이다. 물론 바르칸과 바이론으로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다 내노라 하는 제국의 주인으로 오히려 과분한 상대들이었다. 하지만..... 또 두사람은 지금, 얼굴을 마주치자 마자 으르렁 거리고 있다. 아니, 바이론이 시비를 걸고 바르칸이 받아치는 형식인 것이다. 바이론은 약이 올라서 머리 위로 김이 솟고 있는게 눈에 보였다. "이렇게 먼 길을 오셨는데 두분이서만 이야기를 하실건가요?" "아, 공주.... 아닙니다. 숙녀분을 두고 이야기를 하다니요. 실례했습니다." 바르칸은 여유있는 웃음을 지으며 리엔에게 눈을 돌렸다. "이!!! 늑대같은 놈!! " 바르칸이 리엔을 향해 상냥한 웃음을 짓자 바이론은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삿대질을 하면서 욕을 했다. 리엔공주는 바이론이 화가 많이 나서 넘어 갈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이론태자님., 우리 차 마시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자구요." "아...이............. 큼큼...예. 그럽시다." 벌써 이 두사람이 온지 1주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신경전을 1주일이나 벌이고 있다니. 체력도 좋수다. 아저씨들. 리엔은 살짝 눈을 돌려서 바이론을 보았다. 리엔이 물끄러미 바라 보자 바이론은 얼굴을 붉히고 왜 그래-라고 하면서 컵을 꽉 쥐었다. 저 남자--- 부끄러워하고 있다. 리엔이 바이론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고 웃자 바이론은 속에서 뭔가가 터질것 같은것을 느끼며 컵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컵이 쨍그랑 하면서 산산히 부서져버렸다. "바이론 태자. 우리 나이에 그렇게 하면 귀엽지 않은 건 아시오?" "아이...제길...!! 컵이 왜 이렇게 약해!!" "바이론 태자님. 그 컵은 제가 아끼는 컵이랍니다. 이런...... 피가 나요!!" 리엔은 바이론의 손 안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시종에게 어의를 불러오도록 시켰다. 리엔은 바이론의 손을 붙잡고 유리 파편을 떨고 상처에 입을 대었다. "흣.... 리엔...?" "츱....츱....... 이렇게 안하면 상처가 덧나버려요. 좀 조용히 있어봐요. 왜이렇게 31나 먹은 사람이 정신이 없는거예요." 바이론은 자신의 상처에 입술을 대고 있는 공주를 보면서 온몸이 떨려 왔다. 바이론에게는 벌써 그녀밖에 보이지 않았다. 왜 이렇게 아름다울까!! 나의 사랑은!! 바르칸은 그 두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엔 공주는 동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저렇게 행동이 유치한 바이론을 일일이 걱정하고 있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기에 온 이후로 계속 기분은 나빠지고 있었다. 리엔공주를 5년전에 보았을때부터 그는 리엔을 독점할 계획을 세우고 그녀의 마음을 뺏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자신도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위해 멋져지기 위해서 노력을 했지만, 몬이 황궁에 같이 있었던, 아니. 그녀를 처음 봤을 때부터 계속 해서 몬과 의논까지 해 가면서 계획 해 온것이다. 리엔 공주를 5년전에 있었던 세계 평화를 도모하는 축제에서 처음 보고 난 뒤, 바르칸은 몬에게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이야기 했다. 몬은 바르칸에게 반려가 생겼다는 것에 어느정도 동요하긴 했지만 이때까지 그녀에게 구애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 선물용 수제 악세사리, 잡화등을 만들어서 줄 정도로 응원해 주었다. 물론 다른 시종들에게 주문을 할 수도 있었지만, 내 여자에게 줄 것을 남의 손을 타서 주긴 싫었다. 몬이 하나 하나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은 그것을 받고 기뻐할 그녀의 모습을 늘 그리고 있었다. 바이론은 그런것을 보고 자기 손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엉성한 바이론의 수제품으로 그의 정성을 표현하기에는 무리였을것이다. 그런데 리엔 공주는 몇년동안이나 자신을 택하지 않고 바이론과 자신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아이카이언 황궁에서 몬을 보고 화를 낸적이 있다고 하던데 그 일을 아직까지 마음에 담고 있어서 그런것인가. 하지만 지금 몬은 나의 곁에 없는데 그게 실질적 문제가 될 수 있을까. 리엔 공주에게 스트레이트로 물어 보고 왜 자신을 빨리 선택하지 못하는지 원인을 없애야 겠다고 바르칸은 다짐했다. 미카엘은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다. 어느날 리아의 집에서 부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몸정리를 해서 리아의 집에 갔더니 리아의 부모는 미카엘을 잡아 죽일듯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미카엘이 변명아닌 변명을 하고 손이 발이 될때까지 빌자 리아의 부모는 교제를 [보류]했다. 그 이후에 미카엘은 몬을 마을에서 쫓아 내기 위해 시장에 온갖 소문을 내고, 시장의 가게들에게 몬과 관계되는 일이 있다면 카이자와 시장에서 더이상 장사를 못하게 될거라고 협박했다. 몬이 해고되고 시장에도 못내려오게 만들었으니 이제 더이상 눈에 띄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건만 오히려 이 녀석은 시간이 남아 도는지 매일 와서 자신에게 들러 붙어 있는것이다. 리아의 부모에게 꾸중을 들은 이상 몬을 볼때마다 죽이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자식을 배면 인간이든 동물이든 눈에 뵈는게 없다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예전엔 그래도 몬이 자신의 아이를 배고 있으니 어느정도는 도움을 주리라 생각을 하곤 했지만 이제는 아이건 뭐건 다 없애 버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오늘은 리아와 모처럼 만나서 데이트를 하고, 자신의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반지를 내밀어 그녀를 기뻐하게 하려고 했는데 몬은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미카엘은 리아가 오기전에 몬을 쫓아 보내야만 했다. "제발. 좀 가줄래? 내 애인이 올거거든. 좀 꺼.져.줘." "아...리아님요? 괜찮아요. 당신의 반려는 전데요. 뭐." 거기다가 요즘 몬은 미카엘에게 뻔뻔한 태도 까지 보이고 있었다. 미카엘은 머리를 싸 쥐었다. 거머리도 이런 거머리가 없다. 자신의 실수가 이렇게 까지 앞날을 막을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미카엘님!!!!" "아.. 리아님 오셨습니까." 미카엘은 리아의 손을 잡고 가볍게 키스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리아는 살이 많이 빠져있었다. 그녀는 미카엘에게 수줍게 웃고는 옆으로 눈을 돌렸다. "아.. 리아님... 이 녀석은..." "아.... 알고 있어요. 미카엘님. 정말. 이사람이랑은 아무 관계도 없는 거죠? 당신의 반려가 아닌거죠? 리아는 믿어요. 미카엘님을! 이런 녀석따위, 상대하지 마세요." 몬은 자신이 아이를 밴 것까지 설명했는데도 저렇게 미카엘을 흔들어 놓는 리아를 보자 정말 질려옴을 느꼈다. 물론 저 두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는게 느껴지지만, 미카엘의 반려는 나인걸 어떻게 하란 말인가. 몬이 미카엘의 팔에 손을 뻗으려 하자 리아가 몬의 손을 세게 쳐 버렸다. 몬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저 여자는 왜 계속 나의 아이 아버지의 정신을 흐리게 하는거지? 몬이 팔을 들어서 리아의 뺨을 날렸다. -짝! 리아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손찌검을 하는 걸 당해서 잠시 멍하게 있다가 입술을 깨물고 소리를 질렀다. "꺄아악! 야! 너 뭐야!! 왜 날 때리는 거야!!!!" 리아가 소리를 지르자 자신의 애인이 맞은 것을 본 미카엘이 큰 손을 들어서 있는 힘껏 몬의 뺨을 쳤다. -퍽 하는 뭉툭한 소리가 나고 몬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으로 쓰러졌다. "괴물 자식!! 너같은 괴물이 내 몸에 손을 댔단 말이지?!" 리아의 앙칼진 목소리가 주위로 울러퍼지자 미카엘은 그녀가 화를 내다가 쓰러질까봐 살짝 부축하면서 안았다. "많이 아팠습니까? 이런... 조금 부풀어 올랐어요. ......저런 독한놈은 상대하지 말고 어서 갑시다." 리아가 맞은 뺨이 좀 부풀어 오르자 미카엘은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서 그녀의 볼에 갖다 대었다. "....몬.. 꺼져. 이 이상 널 보면 널 죽일지도 모르겠다." 미카엘은 차갑게 몬에게 일갈하고 리아를 보호하듯 안고는 리아의 보조에 맞춰서 걸어 나갔다. ### -- "너의 남편도 어떤 계집과 결혼 약속을 했다고 들었다. 물론 여자와 너를 비교를 할 순 없겠지만, 인연이란것은 하늘이 정해준 것이라 언젠가는 정신을 차릴거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너도... 잘 살거라." 미카엘에게 맞아서 땅바닥에 쓰러진 것을 마지막으로 잠깐 의식을 잃었던 것 같았다. 몬이 정신을 차리자 어둑어둑해 진 하늘에서는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몸이 으슬으슬해 지는 걸 느끼고 몬은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입을 손으로 쓱 닦아 보니 피가 묻어 있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겨울에 내리는 비는 얼음같이 차가워서 몬은 빨리 집에 가야하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잘 일으켜지지 않았다. -엄마아앙. 아빠아앙 -응, 왜그러니, 테온. -테온,추워서 그러니? 좀 먼곳에서 전등 빛이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조그만 아기와 그 부모가 함께 한 우산을 쓰고 나란히 지나가고 있었다. 너무나도 단란해 보이는 그 가족을 몬은 멍하니 바라 보았다. -테온은 춥지 않습니다. 아빠가 안아주니까 따뜻해요. -테온은 좋겠구나. 엄마는 추운데. -하하. 엄마가 춥다고 하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에게 꼬옥 안겨있는 아기는 자신의 어머니가 춥다고 하니까 조그마한 손에서 목도리를 벗어서 어머니에게 건넸다. -엄마 배에는 테온의 동생이 코오-하고 있으니까 추우면 안돼요. 테온 목도리를 줄께요. -에에, 테온 동생은 추우면 안돼는거야? -동생이 태어나면 테온은 매일 안아주고 뽀뽀해 줍니다. 그러니까 추우면 동생이 아야아야해요. -우리테온은 착하기도 하지. 아이가 귀여운지 아이를 안은 남자는 아이의 머리에 입술을 대었다. 남자의 까끌한 수염이 느껴져서 아이가 아프다고 툴툴거렸다. 그 일가족이 지나가고 나자 다시 거리는 적막해 졌다. 몬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떨어 지는 것을 느꼈다. 눈물은 그쳐지지 않았다. 빗물인지 몬의 눈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몬은 소리를 내어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몬의 온몸은 경련하고 있었다. 오늘 만큼은 참지 않고 그냥 마음껏 울어 보고 싶었다. "리엔공주는 아직까지 그 일을 마음에 걸려 하고 있다는 거요?" "예.. 솔직히 그렇습니다. " 리엔공주에게 바르칸이 직접적으로 물었을때 공주는 한숨을 쉬면서 몬이 마음에 걸린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니. "이건 어떻소. 그대가 나와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아이를 어떻게든 처리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내가 알아서 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않습니까? 저는 공주가 말하기 전에 몬이를 황궁 밖으로 한 푼도 안주고 내 보냈습니다." "하지만 바르칸태자님. 저도 알만큼 알고 있습니다." 리엔 공주는 큰 눈을 들어서 바르칸을 올려다 보았다. 리엔 공주는 몬을 처음 봤을때부터 평민과는 다른 고귀한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바르칸의 옆에 있는 모습이 너무 당연하게 보여서 처음에는 바르칸의 반려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바르칸이 자신과 재회했을때 몬이 자신의 반려임을 부정하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바르칸 태자님이 자주 그 아이에게로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자주가 아니라 매일같이 그러셨다고 들었는데요." 리엔 공주는 바르칸을 취조하듯한 어조로 말했다. 바르칸은 공주의 말에 잠시 당황하다가 말했다. "내가.. 내가 ...어떻게 할까요. 그 아이를 아예 다른 나라로 쫓아 내 버릴까요?" "....확실하게 해 주세요. 바르칸 태자님." 리엔은 바르칸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당황하는 것을 보고, 역시 몬이 있는 상태에서 바르칸을 선택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바르칸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것이다. "확실하게 해 달라니요. 리엔 공주님,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저는 잘 모릅니다." "몬을. 죽이고 오세요. 그러면 이야기가 빠를 것 같아요. 저도 더이상 결혼을 늦출 수는 없는 나이입니다. 더이상 바이론 태자님과 바르칸 태자님을 저울질 하는 것은 그만두고 싶어요. ....정리하고 와주세요." ".............." "바이론 태자님은 저한테 숨기는 것이 없으세요. 옛날부터 알던 사이이기도 하고, 늦된 사람이라서 제가 그사람을 꿰뚫어 보는것이야 쉽습니다." ".....하지만. 공주..." "아이카이언은 가까운 곳이니 하루만에도 도착할 겁니다. 4일간 시간을 드릴께요. 저를 위해서 정리를 해 주세요. 그럼 저는 기다리고 있을께요...." 바르칸은 리엔 공주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리엔 공주는 손을 살며시 빼고 웃어 보였다. --------------------------------- 그대의 향기. ( 下 - 2 ) --------------------------------------------------------------------------- --------------------------------------------------------------------------- 몬은 정말 배가 고팠다. 일자리는 몬이 괴물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아예 없어졌다. 최근에는 몸이 아파서 어디로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겨울 비를 맞고 난 후 열이 올라서 필사적으로 집에 온 이후로 기절하듯이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옆으로 누워서 손가락을 까닥거려 보았다. 이상하게도 귤이 너무 먹고 싶어졌다. 몇번 먹어본 적도 없는 과일이 이렇게 먹고 싶어지는 것은 처음 이었다. 생긴게 쪼글쪼글하게 못생긴 건데 시고 달아서 그런지 인상에 남는 맛이었다. 몬은 침만 꼴깍 꼴깍 삼키다가 몸을 일으켜서 집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꽤 추워서 멀리 나가지 않고 그냥 문 쪽에 쭈그려 앉았다. 돌을 들고 땅에다가 그림을 그렸다. 동그라미를 하나 그리고 그 위에 조그마한 잎을 두개 그리는거야. 거기에다가 수없이 점들을 찍어주고.... 이걸 까게 되면 맛있는 노오란 과육이 보이는 거지. 몬은 그림을 보다가 과육 그림이 그려진 흙을 손끝으로 쥐어 보았다. .......과육 그림이 그려진 흙은 과육 맛이 날까? 몬은 손끝에 쥐어진 흙을 입안으로 살며시 넣었다. 그렇지만 역시 흙 비린내가 나는 도톨한 알갱이들이 입안을 상처 내 버려서 퉤퉤 하면서 뱉어 냈다. "우웩.....퉤.......우웩..........." 최근엔 계속 먹는 것만 생각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런 상황이라니... 짐승이 따로 있나. 먹을 것만 생각한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인거지. 짐승........ 괴물............. 몬은 마을에서 괴물이라 불리는 것을 생각해 내고 피식 웃었다. "앗.....아파...." 요즘 들어서 아기가 발길질을 하는 것이 잦아지고 있었다. 엄마가 밥을 안 줘서 밥을 달라고 그러는 건지 아기는 자꾸 엄마를 힘들게 했다. "그래. 엄마가 힘 낼께. 네가 나오면 우리 , 다른 곳으로 가서 우리 둘이서 열심히 살자." 몬은 자신의 배를 안고 속삭였다. 몬은 아이가 나왔을때 깨끗이 닦아줄 타올을 만들기로 했다. 출산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 "몬이야..." ".................." "몬아......." ",,,,,,,,,,,,,,,,," 바르칸이 몬의 집에 도착했을때는 저녁이 되어 있었다. 역시나 몬은 자고 있는지 불이 꺼져 있었다, 몬의 집은 대충 판대기로 이어서 지은 집이라서 그런지 문에는 열쇠같은 잠금장치도 아예 없었다, 언제든지 도둑이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것이다. 훔쳐갈 것이 없어서 들어와 봤자 허사겠지만. 바르칸은 호위기사를 물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서 몬의 옆에 누웠다. 밖도 많이 추운데 집안이라고 따뜻하진 않았다. 바르칸은 몬을 살며시 안았다. 몬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머리를 받쳐주는 팔과 안아주는 넓은 가슴의 온기에 웃음지었다. 바르칸은 그런 몬의 모습을 보자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이 녀석을 꼭 죽여야 하는 것일까. 10년동안 살을 맞대고 정을 붙여온 녀석인데. 바르칸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왠지 먼 타국에서 집으로 돌아온 듯한 편한 느낌에 잠이 왔다. 바르칸이 눈을 떴을 때에도 몬은 잠에 들어 있었다. 결국 바르칸이 배가 고픔을 느끼고 몬을 흔들어 깨웠다. 몬은 천천히 눈을 뜨고는 바르칸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전하??" "그래. 나다." 바르칸이 엔리 공주에게 가서 1달 후에나 돌아온다고 알고 있었는데 왜 자신의 눈앞에 있을까-- 라는 궁금증은 묻지 않기로 했다. 바르칸은 늘 마지막이라고 말하면서도 몇일 후에는 자신에게 와주었으니까. 몬은 바르칸의 마지막이라는 말은 바르칸의 말버릇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배가 고픈데 뭐 먹을 것 좀 다오." "아.... 먹을거요...?" "그래. 먹을 것." 몬은 집에는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사러 가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나물이라도 뜯어 와서 스프라도 만들려고요." 바르칸은 자신의 옷속에 있는 단검을 확인했다. "같이 가자꾸나. 나 혼자 집에서 뭐하겠니. 그런데 겨울에도 산에 먹을 것이 있을까?" 몬은 바르칸이 같이 나갈 준비를 하니까 몬은 슬며시 쳐다 보고는 바구니와 돗자리를 챙겼다. 바르칸은 몬이 깔아준 돗자리 위에 앉아서 몬을 기다렸다. 허리춤에 넣어둔 단검을 만지작거리면서 바르칸은 엔리 공주가 부탁한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었다. 엔리 공주가 정한 기간은 하루가 흘러서 3일이 남았다. 적어도 내일까지는 일을 성사 해야만 했다. 하지만 빨리 끝내야만 공주도 나의 마음을 알아 줄것이다. 밖이 추운데도 춥다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몬이 바구니를 가지고 나타나자 바르칸은 가슴이 더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긴장. 긴장 하고 있다. "나물은 역시 없었어요..... 대충 나무 잎을 떼어 왔습니다. 이거 가지고 스프를 끓일게요." "밖에 너랑 같이 나오니까 좋구나. 너도 여기 앉으렴." "예." 바르칸은 몬이 옆으로 오자 꽤 손이 얼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직접 나뭇가지를 좀 가져다 놓고 주문을 외워 불을 피웠다. "따뜻하니?" "우와... 이렇게 하니까 소풍 온거 같네요. 에취!! 에취!!!" "....감기에 걸린 모양이구나." "아. 몇일 전에 걸려버렸지만 누워서 쉬니까 많이 나았어요." "응.. 그랬구나." 몬은 기침을 하다가 속을 좀 가라 앉혔다. 오늘의 바르칸은 좀 이상했다. 늘 그가 대화를 해 오는 편인데 오늘은 아무 말이 없는 것이다. 바르칸이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자 몬은 돗자리에 머리를 대고 옆으로 누웠다. 불이 있어서 따뜻한 데다가 방금 까지 먹을것을 구하러 다닌다고 여기저기 헤집고 다닌 탓에 졸려왔다. 몬은 눈을 살며시 감았다. 바르칸의 신경은 몬에게 모두 쏠려 있었다. 몬의 머리의 밑에 자신의 다리를 받쳐서 편하게 해 주고 난 뒤, 바르칸은 몬의 가슴 께를 쓰다듬었다. 갑자기 바르칸은 몬의 앞섶을 조금 풀고 손을 집어 넣었다.. 몬은 바르칸의 차가운 손에 살짝 떨었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다. 바르칸은 손을 몬의 가슴에 대고 몬의 젖꼭지를 만졌다. 몬의 젖꼭지는 임신한 탓에 일반 남자의 그것보다 조금 부풀어 있었다. 바르칸이 만지자 조금씩 서기 시작하며 몬의 숨결은 거칠어 지기 시작했다. "앗....아아........" "흣..... 몬이야,...." 바르칸은 차가운 손 끝으로 몬의 젖꼭지의 오돌토돌한 주위를 만지다가 꼿꼿히 선 젖꼭지를 콱 잡고 짓뭉개듯 눌러댔다. 몬은 몸을 배배 꼬며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바르칸이 몬의 몸을 조금 더 올려서 자신의 사타구니에 대자 몬은 얼굴을 붉혔다. 옷 위인데도 불구하고 바르칸의 남성은 열을 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바르칸이 허리를 들어 바지를 내리자 바르칸의 것이 기다렸다는 듯이 튕겨 나와서 몬의 입술에 닿았다. 몬은 바르칸의 것을 바로 눈앞에 대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바르칸의 것은 길고 굵은 크기를 자랑하며 기둥의 끝에서는 하얀 액을 뭍히고 벌떡거리고 있었다. 바르칸의 숨결이 거칠어 지며 몬의 젖꼭지를 엄지 손가락으로 강하게 눌러 비비기 시작했다. 몬은 얼굴을 좀 들어 귀두를 입에 물고 혀를 움직여 끝을 핥았다. 뜨거운 몬의 입 안에서 끝이 핥아지는 것을 느끼고 바르칸은 한쪽 손으로 몬의 머리를 자신의 상징쪽으로 좀 더 밀었다. 그 탓에 몬의 입안에 바르칸의 것이 가득 찼지만 바르칸의 것은 반밖에 들어가지 못했다. 바르칸이 신음을 하며 손톱을 세워 몬의 반대쪽 젖꼭지로 손을 가져가서 손바닥 전체로 비벼대자 몬은 바르칸의 음모를 혀로 쓸다가 기둥의 근원을 혀로 할짝거렸다. 바르칸의 것은 무척 느끼는지 혈관과 힘줄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었다. 몬은 바르칸의 것을 한 손으로 들고 기둥의 밑에 자리한 고환을 할짝거렸다. -춥춥... -"허억....허억..." 조용한 산 안에서의 정사는 나무사이의 음의 반사로 인하여 두 사람의 소리를 더 크게 해 주고 있었다. 바르칸의 것이 몬의 타액으로 인하여 번쩍 거리게 되자 바르칸은 사정감을 느꼈다. 몬을 들어 올리고 자신의 허리위에 정면으로 앉혔지만 몬의 배가 튀어 나와있는탓에 몬의 어깨를 안을 수가 없었다. 몬의 바지를 바르칸이 벗겨버리고 자신의 손가락에 자신의 침을 묻혀 몬의 비문을 뚫자 몬도 무척 느끼고 있었는지 비문은 풀려 있었다. 몬의 배를 압박하지 않기 위해 등을 조금 뒤로 빼고 바르칸은 고개를 숙여 자신으로 인해 붉게 부푼 몬의 젖꼭지를 깨물었다. 몬의 손이 바르칸의 등뒤로 가서 손톱을 세웠다. "아응.......아응...아응!!" 몬의 젖꼭지가 바르칸에게 세게 깨물려서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것을 바르칸은 위로하듯 한번 만지고는 바르칸은 몬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강하게 흡입했다. 몬의 비문에 들어가기를 원하며 공중을 둥글게 회전하듯 떨고 있는 성기는 몬의 엉덩이를 비벼대며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고 있었다. 누가 올지도 모르는 개방된 장소였는데도 바르칸은 동물처럼 몬을 탐했다. 바르칸은 계속되는 정사에 다리를 벌리는 것 조차 힘들어 하는 몬의 두 발목을 손으로 붙잡고 한계까지 벌려서 거친 출입을 계속 했다. 몬의 비문에 고여진 바르칸의 정액은 몬의 비문에 다 담기지 못하고 줄줄 새어나갔다. 마지막 사정을 마치자 돗자리 위는 온통 두사람의 체액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바르칸은 자신의 상징이 아직까지 뻣뻣한 데에 비해 몬의 것이 축 늘어진 것을 보고는 조금 머쓱해졌다. 우선 자신의 옷을 참겨입고 바르칸은 몬을 안고 옷을 입혀 주었다. 내려가는 길에 냇가에서 몸을 씻어야했다. 날은 어둑어둑해 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아마도 한끼도 못 먹을 거라는 생각에 바르칸은 몬을 업고 시장으로 내려갔다. 몬이 식은 땀이 나는 채로 축 늘어져 있자 바르칸은 몬이 배가 압박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이 상태로는 안돼겠다 싶어서 다시 자세를 바꿔 앞으로 안았다. 이 녀석은 임신을 했으면 점점 무게가 늘어야 할 텐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가벼워져 있었다. 빨리 시장에 갔다와서 뭐라도 먹여야 할 것 같았다. "몬아. 혹시 돈 있니? 내가 지금 금화밖에 없는데 말이다. 작은 돈을 챙겨 오지 못했다." 몬은 잠결에 입을 조근거리며 대답했다. "응........ 어제....... 봤는데............ 없는것.... 같.........." 바르칸은 몬이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자 한숨을 쉬면서 다시 물었다. "뭐 먹고 싶은건?" 몬은 눈을 꼭 감고 입가로 웃음 지으며 말했다. "......규울...." "바르칸 태자께서는 어디로 가신게냐?" 엔리 공주의 아버지인 메이티안 국의 왕은 엔리를 다그쳤다. 의젓한 성인 남자의 분위기를 풍기는 바르칸을 그는 딸의 사위로 점찍어 두었었다. 바르칸이 자신의 딸에게 구애를 하러 왔을때는 이제 딸을 시집 보내게 되었다는 기대감에 차 있었는데 어느날 바르칸이 없어진 것이다. "아. 아버님. 그 사람과 제가 교제하기 위해서 정리할 것 이 있어서요. 그래서 그는 마무리를 하러 갔습니다." 엔리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방긋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그 분에게 그런것도 있니? 네가 그 분을 불편하게 해 드린 건 아니냐?:" "불편하게 하긴요. 아버님은..." "도대체 뭐가 문제라서 바르칸 태자를 귀찮게 하는 것이냐. 에잉...." "......아버님. 저는 이야기 했지 않습니까. 저는 하늘이 정해준 반려가 아니면 결혼 하지 않는걸요. 제가 여자라서 저한테 다가오는 사람은 많지만 저는 그런 가짜들과는 결혼 하지 않을겁니다." ".....나도 너한테 강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바르칸 님에게는 10년된 정인이 있어요." 메이티안의 왕은 딸에게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바르칸 님에게는 정인이 있어요. .....그 분은 잘 모르는 것 같지만, 그 분을 위로해주는 검은 눈을 가진 정인이 있단 말입니다. " 메이티안 왕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라? ....검은 눈동자? " "후우. 눈동자만 검은 게 아닙니다. 머리카락조차 검더군요. 눈동자가 검은 사람은 그때 처음 봤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신기하다는 생각 밖에 안나더군요." "검다라.....검은눈의............... 황후인가...." 메이티안 왕은 조용히 딸의 말을 되뇌다가 생각에 잠겼다. "....아버님?" "......" "아버님??!" "....아. 미안하다. 잠시 생각할께 있어서 서재에 가야 할 것 같구나. 너는 방에 가서 쉬거라. 바이론 태자님은 불편하게 하지 말거라. 알겠느냐?" 엔리는 또 자신을 아기 취급하는 아버지를 톡 치고 귀엽게 쏘아 보았다. 메이티안 왕은 뭔가 깊이 생각에 빠진듯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 갔다. 자신의 딸이 문을 나서자 그 옆으로 우루루 무리를 지어 나가는 시종들을 보고는 자신의 신하를 시켜 문을 닫도록 했다, "검은 눈의 황후라. 아이카이언에 검은 눈의 황후가 있었다는 말이구나..." --검은 눈의 황후. 검은 눈의 황후는 역사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넓은 세상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야 비일비재이지만 검은 눈의 황후를 가진 황제는 이 세상에서 1명 밖에 없었다. 원래의 신의 계시록에는 그것에 대해서 적혀져 있었지만 검은 눈의 황후에 대해서는 옛 선조들이 그 무서움을 눈 앞에 하고 비밀로 봉해 버린 것이다. 검은 눈의 황후의 반려인 황제는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 역사적으로 제일 넓은 땅을 가지고 있었던 대제국의 창시자였던 황제는 그 시대의 다른 제국들을 멸하고 다른 민족들을 배척했던 위험한 자였다. 그 황제의 아들-황후의 아들이 아니었지만-이 정치를 못한 이유로 그 제국은 해체했지만 검은 눈의 황후의 황제는 세계의 적이었지만 막강했다. 타국의 황제들은 새파란 젊은이였던 황제의 발 아래에 머리를 조아리며 목숨을 구걸하다가 죽어갔다. 세계의 많은 제국들이 그 황제로 인해 없어졌다. 현재의 수 많은 나라들은 그 후로 생긴 신생 나라들인것이다. 메이티안 왕은 자신의 떨리는 손을 마주 잡고 두려움에 떨었다. 아이카이언의 황태자는 자신의 딸이 반려라고 생각 하고 있는 듯했다. 자신의 딸은 남자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로 인해 검은 눈의 황후가 분노하여 부활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메이티안 왕은 갑자기 머리가 쑤셔오는 것을 느꼈다. ##### 바르칸은 몬을 안고 시장에 도착했다. 무언 가를 사는 행위는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어색했지만 몬을 다시 고쳐안고 과일가게 앞으로 다가 갔다. 떨이 장사를 해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바르칸은 그 사이로 들어갈 생각을 하고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골라 골라--!! 오늘은 귤이 맛있어요!! 아가씨가 먹으면 피부가 고와지고 아 글쎄, 임산부가 먹으면 뱃 속 애가 피부가 좋아진다네!! 오늘의 가족의 야식은 맛있는 과일로 하자고요! " 장사꾼의 말에 사람들은 웃으면서 귤을 고르고 있었다. 바르칸은 기왕 살거 좀 사두자라고 생각해서 한 봉투 가득 귤을 담아 주인에게 내밀었다. "얼마인가?" 주인이 방긋 방긋 웃으며 입을 열려 하다가 몬을 보고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2...200니안 입니다...." "금화 인데 괜찮겠나?"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금화를 보고 모두들 입을 벌렸다. 처음엔 몬을 보고 놀랐던 주인이 이젠 금화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이게 금화 입니까?" "아.. 그래. 지금 잔돈은 없어. 딴 것도 사야하니 어서." 주인은 눈이 뱅뱅 돌아가며 얼마를 거슬러 줘야하는지 계산하고 있었다. 바르칸은 어쩔줄 몰라하는 주인을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기 옆 가게의 밥은 얼마 정도 하지?" "... 500니안...이지?? 500니안 일겁...입니....다." "자아, 1000니안을 거슬러 주게. 딴 것은 모두 팁으로 줄테니." 주인은 복권에 담청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에게 금화를 내미는 남자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얼른 받아서 앞주머니에 넣었다. 1000니안을 바르칸에게 거슬러 주고 주인은 허리가 휘어질새라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바르칸은 귤봉투를 들고 있다가 몬까지 안는게 힘들어 지자 몬을 깨우기로 했다. "몬아.... 몬아. 일어 나거라. 일어나 보아라." "으응......... 싫어....." "몬아. 어서. " "조금만 더....." 몬은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뒤척거리다가 자신의 몸이 공중에 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눈을 떴다. "아,..... 아?? 태자님.. 여기는...." "그래. 시장이다. 잠시 먹을 것 좀 사자꾸나." "아.. 저 지갑을 들고 나오지 않았는데요." 몬은 시장이라고 하니까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 물론 지갑이 있었어도 먹을 것을 살 만큼의 돈이 없긴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악몽 같은 일만 일어나는 시장이란 말을 듣자 무섭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르칸은 자연스럽게 귤 봉투를 몬에게 건넸다. "네가 들거라. 네가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니." 몬은 귤이 가득 찬 큰 봉투를 보고 입이 벌어졌다. 꿈에서도 먹고 싶던 귤이 이렇게 손안에 들어와 있다니. "우선 밥부터 먹자." "...밥이요?" "그래. 저 집은 음식점같은데 들어갈까?" 몬은 바르칸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카이자와 시장에서 가장 고급인 음식점. 보통 평민들이 즐기는 곳이라기 보다는 궁중 귀족들이나 직위 높은 관리들이 가서 식사를 하는 곳이었다. 몬이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있자 바르칸은 몬의 손목을 잡고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뭘 먹겠니?" "아.... 저는 됐습니다... 이렇게 비싼 곳에서..." 몬은 가게를 조심스레 둘러 보았다. 천장에 붙여진 장식을 봐도 번쩍거리는 비싸 보이는 것 뿐이었다. 가게 앞에 붙여진 가격표를 보니 가격도 장난이 아니었는데... 황태자에게 돈이 없다고 말하면 화를 낼까..... "저기... 바르칸님." "왜?" "바르칸님.. 저.. 지갑을..." "아, 괜찮아. 나중에 집에 돌아가면 다오. 그러면 돼잖니." 바르칸은 주문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적당히 주문을 하고 몬에게 무얼 먹을 건지 물었다. "저는 됐어요... 배.. 고프지 않습니다." 몬은 주문을 기다리는 사람이 들을수 있도록 말했다. 종업원은 알았다는듯이 몬을 한번 쳐다보고는 바르칸에게 웃어 보이며 예를 하고 돌아갔다. "저는 귤 먹으면 돼요. 귤 잘 먹겠습니다. 와아. 이렇게 많아요.." 몬은 귤이 든 봉투를 살피며 웃어보였다. 미카엘은 입 안이 계속 말라 가는 것을 느끼고 또 물잔을 들었다. 리아의 부모님을 카이자와 시장의 가장 좋은 음식점에 모신 것이다. 리아는 미카엘의 옆에 앉아서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들어있었다. 미카엘은 이전의 데이트에서 리아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리아의 부모는 미카엘이 반려를 다른데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난 후로부터 미카엘을 차갑게 대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대하기 어려운 두 분이었는데 지금은 더 대하기가 힘들어 진 것이다. "......음... 자네는...... 우리 딸에게 결혼 신청을 했다고?" "아..예..예!! 아버님!" 미카엘은 리아의 부친을 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미카엘은 고급 음식점의 최고의 정찬 요리를 제대로 맛 보지 못하고 있었다. 미카엘이 좋아하는 연어 요리가 앞에 몇가지나 나와 있어도 미카엘은 모래를 씹는 듯한 기분이었다. 리아의 모친은 미카엘을 쏘아 보면서 이야기 했다. "자네, 반려가 있다면서? 임신까지 했다고 리아에게 들었네. ....어쩔생각인가? 우리 리아는?" "아이.. 엄마!! 미카엘님은 그 사람과 관계가 없어요. 그저 그 사람이 착각하고 매달릴 뿐인걸요. 우리 결혼하기 전에 그 사람은 미카엘님이 어떻게 해버린다고 하셨단 말이예요." "너는!!! 너 몰래 반려가 생긴 사실까지 숨겨왔던 남자를 믿는 거니!!" 리아의 모친은 화를 내며 물잔을 미카엘에게 뿌려버렸다. "아아아!! 엄마아아!!! 뭐하는 거예요!!" "아니아니.. 됐어요. 리아님." 미카엘의 얼굴과 윗옷은 리아의 모친이 뿌린 물에 젖어 버렸다. 리아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자 이 이상 모친의 화를 돋구지 않기 위해 미카엘은 리아를 달랬다. "어머님. 제가 어떻게하든지 할겁니다. 절대 리아양과 부모님의 마음 불편하게 하진 않겠습니다." "흥. 너를 믿으라고? 우리 딸을 너 같은 거짓말쟁이에게 줄 것 같니!?" 점점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었다. 미카엘은 한숨을 쉬고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리아의 손을 테이블 밑으로 부드럽게 잡았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 리아의 손을 떼고 미카엘이 개실(한 테이블당 각 실로 나누어 진 형식의 음식점)의 문을 나서자 리아는 괴로운 듯한 그의 뒷모습을 보고 울고 싶어졌다. "이것도 황실과 맛이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맛이 있구나." "........................" "이런..... 이 생선은 굽는 것보다는 삶아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 바르칸이 음식 하나하나를 잡고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음식에서 만큼은 늘 까다로웠던 바르칸이었기에 몬은 가만히 들으면서 귤을 까서 먹었다. 오래간만에 먹는 귤은 너무 맛이 있었다. 이렇게 바르칸이 와서 귤을 사 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 딴 곳에서 사온 귤을 먹고 있는게 눈치 보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몬이었다. 바르칸은 정신 없이 귤을 먹고 있는 몬을 곁눈질로 보았다. 이렇게 음식을 좋아하는 애가 왜 빼빼 말라가기만 하는 걸까. 임신이란것은 의외로. 힘든 것일까? 천성적으로 힘이 약한 여자들이야 늘 보호해 주고, 특히나 임신중에는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을 써 줘야 하지만 임신한 남자들은 체력적으로 여자들보다 우월하니 그리 임신이 힘들지 않다고 생각해 왔는데 말이다. 바르칸은 늘 안주인이 되는 반려인 남자들은 보기 흉한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자신의 반려는 여인일꺼라 단정짓고 있었다. 현재는 엔리 공주만이 자신의 반려라 확신 하고 있었지만. 몬의 손은 귤을 까다 보니 노랗게 변색 되어 있었다. 입 안에 한껏 넣고 우물우물 거리면서도 귤을 까고 있는 몬은 무척이나 행복한듯 보였다. "귤이 맛있나 보구나. 어디 나도 맛 좀 볼까." "........꿀꺽. 예. 맛있어요. 잠깐만 계셔보세요. 제가 까 드릴께요." 몬은 귤을 예쁘게 까서 바르칸에게 건넸다. 바르칸은 내밀어진 몬의 손으로 입을 가져갔다. 바르칸은 몬의 손에서 귤의 달콤한 향기를 맡았다. 귤을 쥔 몬의 손가락까지 바르칸은 입에 넣었다. 손가락을 혀로 핥듯이 하면서 혀로 귤조각을 끌어 왔다. ".....맛있구나." "예, 귤이 제철이니까요." 몬의 손가락에서 나는 귤의 향기는 꽤 달콤했다. 귤이란 과일은 이런 맛있고 달콤한 것이라고 바르칸은 생각했다. 황궁에 있을때는 천한 것들이 먹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자신이 잘못 생각했던것 같다. "배는 고프지 않니? 이 걸 한번 맛보거라. 이 집은 돼지 고기 요리를 잘 하는 것 같구나. 너는 돼지 고기를 제일 좋아한다면서?" 몬은 돼지고기라고 하니까 눈이 반짝 빛났다. 바르칸이 포크로 요리를 집어서 몬에게 내밀었다. 몬은 내밀어진 포크에 입을 대려 하다가 익숙하지 못한 냄새에 갑자기 속이 역해지는 것을 느꼈다. 포크에서 뒤로 몸을 물리고 가슴을 부여잡고 입을 막았다. "우웩......욱...........욱.....................웩....." 차마 이야기를 이어 갈 수 없어서 몬은 그대로 화장실 표시를 따라 뛰어 갔다. 바르칸은 포크를 제자리에 놓았다. 몬이 돼지고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옛날부터 알았기때문에 맛있는 고기를 먹어 보라고 내민것 뿐인데.... 임신해서 냄새에 예민해져 그런걸 어떻게 꾸중할 수도 없겠군. 바르칸은 다시 식사를 계속 했다. ---------------------------------------------------------------------------- ( 下 - 3 ) ---- 完 ----------------------------------------------------------------------- ----------------------------------------------------------------------- #### 누군가가 나의 곁으로 다가 왔다. 나는 철저한 절망을 맛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나는 향기에 주의를 집중시켰다. 나를 위로하는 듯 나를 감싸 안는 향기. 한 때는 늘 옆에서 나를 감싸 주었던 향기. 늘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던 향기였다. 나는 눈을 떴다. 나의 시야에 조그마한 사람이 비치기 시작했다. 바람이 그 사람의 검은 머리카락을 살랑거렸다. 새까만.. 흑요석 같이 새까만 눈동자가 나를 향해 있었다.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울고 있을 뿐이었다. ...이 사람이 이렇게 슬프게 우는 것을 나는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이 무언가를 말해 주는 것을 간절히 원했다. 그 사람은 손에 무언가 붉은 동그란 것을 소중히 안고 있었다. 향기가 점점 짙어지더니 그 사람은 내 손에 붉게 물든 박동하는 무언가를 놓았다. ........붉게 물든 것은 애처롭게 떨고 있었다. 이런 붉은 알은 황태자의 표식과도 같은데 왜 네가................................... 나는 조금 놀래서 그 알을 가만히 만져보았다. 내가 보호해야 할것. 그리고 그 향기는 옅어졌다. 내가 재빨리 고개를 들어보니 그 사람은 뒤돌아서서 어디를 가기 시작했다. 뒤돌아서서. 나는 남은 한쪽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긴 머리채에도 닿지 못했다. . . . . . . 향기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 ######## -쨍그랑! "이 새끼!! 너 때문에 되는 게 없어!!" 미카엘은 이런 곳에서 몬을 만날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다. 그런데 자신의 옆의 개수대에서 웩웩거리고 있는 몬을 보았을때는 피가 거꾸로 솟았다. 미카엘은 몬을 보자마자 커다란 손으로 몬의 머리카락을 잡아서 땅에 메다 꽂았다. 뭉툭한 소리가 나고 미카엘은 쌓였던 분노를 몽땅 풀고야 말겠다고 결심이라도 했는지 몬을 두드려 팼다. 몬은 몸을 둥글게 말아서 배를 부여안고 소리를 질렀다. 누가 살려줘!! 살려줘....!! 내 아이와 나를 누가 살려줘요!! 마음은 급박하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외치고 있었지만 등을 차대는 미카엘의 힘에 목에서는 고통스런 비명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미카엘은 몬이 소리를 지르던지 말던지 상관하지 않고 머리 등을 구별하지 않고 발로 차고 주먹으로 두들겨 댔다. 그 전까지 신 과일을 먹었던 속에서는 비명을 지르며 위액을 내보내고 있었다. 미카엘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미카엘은 몬보다는 아이를 죽여야 겠다는 듯이 몬의 배를 차려고 했지만 몬은 배를 두손으로 굳게 감싸며 지키려고 했다. ---콰아앙! 문이 열림과 동시에 미카엘은 갑자기 무엇인가에 부딪혀 대리석으로 된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살려줘......살려줘......... 살려줘요......... 아아아.......악.........." 몬은 구타가 끊어 졌는지도 모르고 계속 몸을 덜덜 떨어대며 두손으로 배를 감싸며 몸을 둥글게 말았다. 바르칸은 갑자기 이상한 기분에 화장실을 들어와서 벌어지는 광경에 눈을 의심했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움직였다. 몬이 몸을 둥글게 말고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보고 바르칸은 자신의 체온이 차갑게 내려가는 것 같았다. 바르칸은 주먹을 들어서 자신의 무게에 밀려 쓰러진 미카엘을 난타했다. 미카엘은 바르칸의 힘에 대항하지 못했다. 바르칸은 주먹으로 미카엘의 얼굴을 때려 이를 때려부수고 다리로 미카엘의 다리를 세게 밟아버렸다. 그러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미카엘은 고통으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바르칸은 발을 들어서 미카엘의 머리를 벽으로 쿵쿵 차서 부딪혀버렸다. 미카엘은 내상을 입었는지 입으로 피를 토했다. 미카엘이 기절한 듯 하자 바닥에 누워서 덜덜 떨고 있는 몬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몬의 배에 손을 댔다. ...............아이는 괜찮은 듯하다. 다행이었다. 몬이 하얗게 질려서 배를 감싸는 것을 보고 바르칸은 몬의 어깨를 꽉 껴안았다. "괜찮아.괜찮아. 아이는 괜찮으니까 이제 너만 괜찮으면 돼." 바르칸이 미카엘을 돌아 보자 미카엘은 피를 토하며 기절해 있었다. 화장실이 소란스러워 보여 급하게 들어온 리아가 바르칸을 보고 놀랐지만 미카엘을 보고 기겁하며 뛰어갔다. "이게 무슨 일이야!! 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악!!!!!!" 리아가 비명을 지르자 음식점의 직원들이 화장실로 몰려 왔다, 리아는 바르칸에게 안겨 벌벌 떠는 몬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네놈 짓이구나!! 그이를 이렇게 만든 놈이!!" 몬은 이미 쇼크상태라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데 여자가 와서 몬을 다그치자 몬은 어쩔줄 몰라했다. 리아의 부모까지 리아의 비명에 화장실에 왔다가 장신의 어떤 남자에게 안겨있는 몬을 보았다. "세상에 저렇게 배가 불러있어...!! 벌써 산달이 다 되어 가는거 아냐?" "이놈.... 미카엘 놈이 우리를 속이다니... 우리는 완전히 속은게 아닌가!!" "아빠.. 엄마.. 이 사람 빨리 옮겨야 해요. 의식이 없어요..!!" 미카엘이 피를 질질 흘리며 넘어가 있자 사람들 모두 정신이 없었다. 바르칸은 미카엘이란 이름을 듣고 자신에게 맞아서 기절해 있는 남자를 다시 보았다. ...........저 사람이 몬이의 남편이란 말인가. 저렇게 흉폭한 놈이 어떻게 몬이의 남편이 될수 있는거지? 몸은 알맞게 근육이 잡혀 있고 피부도 검게 그을려서 인물이 좋은 것 같지만 그와 반대로 전혀 상냥한 성격은 아닌것 같았다. 임신한 자신의 사람을 두들겨 패다니. 그런 짐승같은 놈이!! 바르칸은 분노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바르칸의 손톱이 자신의 손에 상처를 내어 피를 내고 있었다. #### 바르칸은 몬의 집으로 돌아 왔다. 물론 몬이 먹고 싶다는 귤 봉투는 잘 챙겨서 들고 왔다. 음식점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리아라는 여자가 자신을 원망하는 듯한 눈을 했지만 바르칸이 귀족이라는 것을 알고는 모두들 바르칸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바르칸은 당장 자신의 품속에 있는 단검을 미카엘의 배에 찔러 넣고 싶었지만 리아라는 여자가 매달리는 통에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았다. .........바르칸은 내일은 메이티안으로 가야했다. 이렇게 시간을 지체 할 수는 없었다. 몬은 자신의 자리 위에 누워서 눈을 감고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바르칸은 몬의 머리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맡았다. ..............이 녀석에게는 정말 신비한 향기가 나고 있었다. 인조적으로 만들어낸 향그러운 꽃향기도 아니고 사람을 설레이게 하는 색향도 아니었다. 그저 마음을 평안하고 아늑하게 해주는 은은한 꽃향기였다. 바르칸은 몬의 가슴께를 어루만졌다. 낮의 정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바르칸은 몬의 가슴을 만지는 걸 좋아해서 늘 성교를 하고 나면 몬의 가슴은 물린 자국. 빨린 자국 등으로 울긋 불긋 해졌었다. 여김없이 물린 자국과 빨리고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바르칸이 몬의 왼쪽 가슴에 손을 대자 심장이 천천히 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 심장을 아이와 공유하고 있는 것이겠지. .............바르칸은 점점 짙어지는 향기를 떨치고 가슴으로 손을 넣어 단도를 꺼냈다. 단도는 날카롭게 정리되어 있었다. 바르칸은 몬의 배에 살짝 손을 올렸다. 배는 호흡을 하는듯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이 녀석은 다른 한 생명을 몸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도 자신의 아버지에게는 버림 받은 듯하고.... 몬도 자신의 남편에게 버림 받은 듯 했다. 하지만 바르칸은 제3자일뿐 그 사이에 끼일 수 없었다. "...........이 녀석아.. 왜 이러고 살아. 왜 이렇게 밖에 못살아.........." 바르칸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단도를 보았다. 지금이라도 미련없이 몬의 심장을 찔러라고 하는듯 끝은 번쩍 빛나고 있었다. 바르칸은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눈을 감고 깊게 잠에 빠진 듯한 몬의 가슴에 다시 손을 대었다. .....................심장은 급하게 뛰고 있었다. 겉에서 볼때에는 안정되어 있는 듯한데 심장만큼은 불이 날 정도로 뛰어대고 있었다. 바르칸은 엔리 공주를 생각했다. 몬은 의식이 있었다. 잠을 자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다시 돌아온 이유를 몬도 모르는 것은 아닐것이다. .......바르칸은 칼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찔러야 한다. -나의 정인과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 이 녀석이 없어져야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다. 바르칸은 힘껏 위로 칼을 치켜 들었다. 몬은 바르칸이 칼을 들고 자신의 심장을 노리는 것을 느끼고 가만히 있으려 했지만 심장은 멈춰지지 않았다. 몬은 무섭지는 않았다. 일국의 황태자가 평민인 자신의 목숨을 가져가는 것은 개미를 밟아 죽이듯. 작은 새를 목 죄여 죽이듯 아주 사소한 일일것이리라. 하지만. 갑자기 눈물은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툭...툭..... 바르칸은 칼을 힘없이 밑으로 떨어 뜨렸다. 몬의 눈물을 보는 것은 처음 이었다. 이 바보 같은 녀석은 살려달라고 빌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바보 같은 놈.... "네가 울면 어떻게 하느냐...... 넌 남자니까 울면 안된다고 말했거늘 왜 우는 것이냐...." 바르칸은 몬을 그냥 껴안을 수 밖에 없었다. 몬은 바르칸에게 안긴채 하염없이 소리 없는 눈물만 흘렸다. "산달이 가까워지는 것 같으니 아이를 낳거든 아이카이언을 떠나다오. 나는 차마 너를 죽이지는 못하겠다. " "..............." "그저 멀리 멀리, 아무도 너를 모르는 곳으로 .가서 아이와 오순도순 살거라." "............." "이젠....... 정말 이별이다." ".................." 무표정으로 정말 이런 관계에 종결을 짓자는 말을 바르칸은 내뱉었다. ".......잘 있거라. 이제 다시는 만나지 말자." "..............." 몬은 바르칸의 옆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몬도 울지는 않았다. 어제 저녁에 자신이 울때 바르칸이 안아준 것으로 되는 것이다. 자신의 황태자는 자신과 자신의 아이를 살려 주었다. 몬은 황태자의 손을 잡았다. 바르칸은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몬이 하는 것을 가만히 보기만 했다. 몬은 바르칸의 손등에 마지막 키스를 했다. . 바르칸은 자신의 호위기사를 시켜 종이 꾸러미를 들고 오게 했다. "......이전에 네가 나에게 준 것이다. 이젠 필요가 없을 것 같구나. " 바르칸의 호위기사가 몬에게 종이 꾸러미를 내밀자 몬은 다시 되돌려 받았다. "..........건강해라. 잘 살아야 한다. " 바르칸은 뒤도 보지 않고 말에 올라 탔다. ................어디선가 또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늘 몬과 있을때에는 이런 향이 났었다. 이제 이 향기와는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 다시는 뒤를 돌아 보지 않겠다. 그 후로 바르칸은 몬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바르칸의 생각은 맞았다. 하지만 정말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고 헤어짐이라는 것을 바르칸은 아직은 모르고 있었다. ########## 미카엘은 정신을 차렸다. 자신을 두들겨 팬 귀족 놈은 얼마나 힘이 세었는지 자신이랑 덩치는 별 차이도 안났지만 미카엘은 리아의 앞에서 볼 품 없게 기절해 버린것이다. 리아는 미카엘이 기절하고 있자 울며 불며 간호하려 했지만 리아의 부모는 그런 리아가 못 마땅한지 집으로 데리고 가 버렸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교제 반대의 통보를 해 오며 리아는 현재 어느 지방의 귀족 나으리께 프로포즈를 받아 결혼 준비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미카엘은 머리를 감싸 쥐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를 사랑했어. 사랑했어. 사랑했어!! 그녀가 여자라서 여느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미카엘은 순수하게 리아를 사랑하고 있었다. 리아의 웃는 모습. 우는 모습. 토라진 모습.... 자신보다 몸이 아담하고 작았던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부모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미카엘은 이불을 꽉 쥐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분노가 미카엘을 감싸고 있었다. -미카엘씨. 누가 왔는데.. 미카엘의 집안 일을 해 주는 여자가 미카엘의 문을 두드렸다. "누구야. 들어오지 마라고 해. 아직 아무도 만나기 싫어." -미카엘씨의 아내라고 하면서 왔는데요. "................." 미카엘은 눈을 꾹 감았다. 나의 인생은 몬이라는 놈때문에 파탄이 났다. 이젠 모든 것이 끝난것이다. 리아의 부모는 예전부터 귀족과 리아를 결혼 시키기 위해 리아를 교육시키며 준비해 왔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상 자신이 더 잘해주려고 노력을 해왔었는데. 이젠 끝인거다. 끝. 끝. -똑똑 -[저예요.] "들어오면 널 죽일지도 몰라! 빨리 돌아가라니까!!" 미카엘은 커다란 몸을 옆으로 누이며 호통쳤다. -[...........리아님이 결혼 한다는 말은 들으셨나요?] "..........뭐... 뭐라고? 약혼 하는게 아니고? 결혼이란 말이냐?!!!" -[.......몇일 후에 맨타인으로 가신다고 합니다. 미카엘 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 그래?!" 미카엘은 몸을 일으키며 문을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네 맘대로 일이 돌아가서 좋겠구나. 하늘은 네편인가 보구나. 하지만 네가 나와 결혼 하고 싶다고? 하 !!! 그것만큼은 네 맘대로 안 될꺼댜!! 씨발 이 개만도 못한 새끼가 내인생을 조져!? " 미카엘은 분노에 차서 상스런 말까지 해가며 소리를 질러댔다. 문 밖에 서 있는 몬은 이제 미카엘의 행동에도 지쳐가고 있었다. 미카엘에게 맞을 만큼 맞았고 무시당했다. 어젯 밤은 나와 내아이가 죽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아빠를 구해주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아직 세상에 나온 아이가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은 더욱 싫었다. .......몬은 미카엘을 놓아 주기로 했다. -[미카엘님. 아마도 이번 달 안으로 저는 출산을 할 지도 모릅니다. 아이를 낳으면..........] 몬은 이제 마지막으로 미카엘에게 묻기로 했다. -[수도를 떠나서 멀리 새로운 곳으로 가서 새롭게 시작을 하려고 합니다만...... 같이 가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미카엘은 문쪽으로 달려가서 문을 부술듯이 탕탕 두손으로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새시작!!!? 내 인생 이렇게 개차반으로 만들어 놓고 너는 딴 곳으로 가서 새시작을 한다고!!!???" "네 애새끼가 태어나든 말라죽든 안에서 찢어져 죽든 나는 관계 없어,. 관계 없다고!!!" "개 같은 새끼!! 꺼져!! 지금 당장 꺼져!!!!" 몬은 비명처럼 들려오는 미카엘의 목소리에 가슴을 부여잡고 눈을 감았다. 이 사람은 한 없이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져있었다. 이제 더이상 몬은 이사람과 엮어질 수 없었다. 몬은 한숨을 쉬며 떨리는 눈을 들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예. 알겠어요. 미카엘님. 저는 아이를 낳자 마자 다른 곳으로 가겠습니다. 이때까지.......... 반려이면서도......... 해만끼쳐서....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그럼.....] 몬은 뒤로 돌아서 미카엘의 집을 나섰다. 미카엘이 하루 빨리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빌수밖에 없었다. 하루만에 두 사람과 관계를 끝을 내는 것은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몬이 가고 난후 몇 시간 후 미카엘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됐다. 뭔가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미카엘은 한쪽 입술을 들어서 웃고는 외출복으로 갈아 입기 시작했다. '......그래. 내 사전엔 안돼는건 없어.' '만약..... 리아와의 결혼에 반대가 있다 하더라도. 원인은 죽여 없애 버리면 돼는거다.' -원인을 없애자. 미카엘은 깃을 펴면서 다시 리아를 되찾기로 결정했다. 바이론과 엔리는 바르칸이 아이카이언으로 돌아가 있는 동안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시간을 보냈다. 31살이 된 아저씨 바이론은 엔리가 한마디만 해도 웃을 정도로 엔리공주와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다. 엔리 공주의 특유의 체향은 바이론을 늘 유혹하고 있었다. 물론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왔던 사이라 급할때 엔리가 때때로 바이론.. 이라고 호칭을 생략할때도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바이론 님은 만약 후사를 보신다면 어떤 아이를 원하세요?" "음.... 저는 엔리 공주와 닮은 딸이 좋습니다만, 저를 닮은 아들도 괜찮겠지요." "호호...아이에 대해선 별 욕심이 없으신가 봐요?" "육아라는 것은 꽤 힘들다고 해서요. 그저 하늘의 뜻대로 반려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엔리공주는 자신을 바라보는 바이론을 지그시 응시했다. 어느정도 침묵이 계속되자 바이론은 입을 열었다. "...... 엔리 공주. 당신은 늘 그랬어." "......................" "도대체 뭘 그렇게 기다리는 거야? 우리는 어릴때부터 서로가 반려인것을 알고 있었어. 무엇을 그렇게 무서워하는거지? 내가 당신의 반려인것이 그렇게 수치스럽나? 당신은 날 못알아 볼 정도로 무식한 여자가 아니야.그렇지?" "................." "난 더 이상 못기다리겠어. 바르칸 녀석이 당신 주위를 얼쩡거리는 것도 마음에 안들고!! 제길!!" 바이론은 한번 본심을 내뱉기 시작하자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었다. 바이론은 자신의 반려의 곁에서 몇년이나 맴돌고 있는 바르칸을 볼 때는 짜증이 났다. 그 자식은 왜 남의 반려의 옆에서 저러고 있는 거야?! 지 반려나 빨리 찾아 갈것이지!!! 분명 저 무식한 놈은 자기가 상상한 이상형에 엔리공주를 맞춰서 생각하고 있을거다. 어릴때부터 예쁜 공주와 반려가 되어 결혼하고 싶다는 둥 나불거렸으니. 그러다가 만약 반려가 남자면 그 실망을 어떻게 하려고....!! 엔리공주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당신. 내가 갖고 싶은 거군요. " "............." "나도. 이젠 결혼 하고 싶어요..." 엔리공주가 부끄러운듯 몸을 돌리며 말하자 바이론은 입이 헤죽 찢어졌다. 엔리공주는 끝을 맺듯 말을 흘렸다. "...아이도 낳아보고 싶구...." 바이론은 더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이 엔리를 안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이건 우리 황가의 며느리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 "이건...?" "전 황후마마의 반지란다. " 바르칸은 반지가 든 상자를 황후에게서 받아들었다. 검은 색과 붉은 색이 섞여 있는 반지는 번쩍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이미 오랜 세월을 여러 주인들을 거쳐 바르칸의 손에 들어온 반지는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지금 깎아 낸듯 반짝거렸다. "..리엔공주에게 주고 어서 데리고 와라. 나도 며느리가 하루 빨리 보고 싶다. 네가 31년동안이나 기다려온 반려지 않니. 손주가 보고 싶구나. " "훗....저도 빨리 데려오고 싶습니다만.. 아직 리엔공주는 마음을 못 정하는 듯 하더군요." "호호호... 젊은 나이의 여인들은 그렇단다. 그러니까 밀고 당기기가 필요한거지. 나도 황제폐하께서 나에게 프로포즈할때까지.. 부끄러워서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단다. " 황후는 바르칸의 손에 들린 반지를 보면서 살짝 웃으며 미래의 손주얼굴을 상상해 보았다. 할머니--할머니--- 하면서 늘 쫑쫑거리고 뛰어오는 모습은 얼마나 귀여울까. 황후는 아직 있지도 않은 손자를 생각하며 늘 즐거워하고 있었다. 황녀라도 좋고 황자라도 좋았다. 아름다운 리엔공주와 바르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울 것이다. 바르칸의 짐을 싸는 시종의 옆에서 짐을 체크하러 가다가 황후는 바르칸의 호위기사들에게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요즘 수도쪽 어느 시장쪽에 괴물이 출현했다고 하더구나. 몸 전체가 흑색인 아주 꼴 사나운 괴물이라 그쪽 사람들이 늘 두려워 하고 있다던데.... 세상에 눈동자도 검고 머리카락도 검다고 하는구나!! 요즘 그 쪽에서 괴물 퇴치 신고가 계속 들어온다고 하니 무척 치안이 안 좋은가 보다. 황태자가 그쪽으로 자주 나들이를 한다고 하지? 너희들이 황태자를 잘 보살펴야한다." 황후의 말이 끝나자 호위기사들은 큰 소리로 예-하고 대답했다. 황후의 말을 듣고 바르칸은 살짝 웃으면서 자신에 비해 자그마한 황후를 뒤에서 안았다. 왜 이렇게 나의 어머니는 나이가 먹어도 귀여운 걸까. 역시 여인들이란... 보호해주고 싶을 만큼 귀여운 행동들을 하는 존재다. "그런 미신을 누가 믿습니까. 황후마마. 그리고 설령 괴물이 나타난다고 해도 피의 황태자인 제가 처리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피의 황태자라니!! 누가 나의 아들을 보고 그런 말을 하니!! 누가 네가 어릴때 좀 그랬다고 아직까지 그런 말을 소문내는 거니?!" "그 검은 괴물이라... 도대체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 거랍니까? 사람 형상은 하고 있다고 합니까?" "오오.. 사람형상도 아니라는 구나. 험악하게 생겼다고..... 이런. 상상도 하기 싫구나." "하하...제가 보면 황후마마를 위해서라도 제가 잡아서 죽여야겠군요." "그 새에 괴물이 새끼라도 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니?! 네가 엔리 공주를 데리고 오기 전까지는 처리해야지!! 아이카이언에 그런 괴물이 있다니... 소름끼치는 구나. " 엔리공주의 이야기가 나오자 바르칸은 몬을 죽이지 못한것을 생각해 내고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 사실을 숨기고 엔리공주에게 이 반지를 건넬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황후는 자신의 아들이 슬픈듯한 눈을 하자 마음이 아파왔다. 엔리공주!! 어서 나의 아들에게 마음을 열어 주세요!! 황후가 엔리공주의 발 아래 무릎을 꿇어서라도 바르칸의 사랑을 이루어 주고 싶었다. 황후는 바르칸의 손을 굳게 잡으며 쓰다듬었다. "태자. 걱정하지 마세요. 엔리공주가 오기전까지 제가 모든 일을 준비해 놓을테니. 괴물따위 당신의 앞길에 방해가 될 순 없습니다. 이 어머니를 믿으세요." 바르칸은 힘들게 웃음 지어 보였다. 바르칸도 힘들었다. 엔리 공주가 마음을 열어 주지 않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바르칸은 어릴때부터 자신의 반려에 대해 늘 꿈꾸며 행복하게 살길 원해 왔었기 때문에 빨리 반려를 찾지 못해 힘들었었고, 엔리 공주를 보고 난 뒤에도 그녀의 마음이 열리지 않아 힘들었다. 바르칸은 그녀의 마음을 우선하기로 했다. 그녀의 마음이 열릴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릴것이다. 31년이나 반려를 기다려 왔다. 더 이상 못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바르칸은 자신의 반려의 손에 끼워질 반지를 사랑스런 눈으로 쳐다봤다. 반지에 섞인 검은 색의 보석은 누군가를 생각나게 했지만 애써 지워버렸다. 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하지만 잠은 자꾸 오고. 몬은 매일을 자면서 보내고 있었다. 몬이 바르칸에게 주었지만 제 주인에게 버려진 종이 꾸러미 안에는 몬이 늘 만들어 오던 바르칸의 손에 맞는 장갑이 들어있었다. 몬은 바르칸에게 결혼 선물을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만들었었다. 하지만 바르칸이 필요 없다면서 자신에게 주었다. 마침 몬도 장갑이 없었으니 몬이 그 장갑을 끼기로 했다. 임신을 해서 그런지 손도 발도 퉁퉁 불어 있었다. 장갑은 의외로 편하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몬은 손으로 한쪽 다리를 들어 주물렀다. 가만히 앉아있으니까 오히려 더 추운것 같았다. '어서 짐을 싸야하는데. 이젠 아이도 태어날꺼고... 태어 나서 몸 조리만 하면 빨리 여길 떠나야지.' 몬은 사람들이 자신이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그냥 헛소문이라 생각하고 넘기려고 했지만 점점 일이 커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자신을 무서워하거나 경멸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눈에 띄기만 하면 죽이려고 했다. 죽기살기로 도망쳐서 매일 집에만 박혀있는게 일인것이다. 몬도 수도가 싫었고, 어서 떠나고 싶었다. 아이만 없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떠났을텐데 아이가 있으니 떠날 수도 없었다. -퍼억!! 갑자기 나무 판자로 이어 만든 집이 큰 소리를 내며 흔들흔들 거렸다. 누가 지나가다가 집을 쳤나보다. 몬은 깜짝 놀래서 그저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제기랄. 퉤-엣. 여기가 괴물의 집이라지? -재수없는 괴물때문에 땅값만 내려가고 지랄이야. 저걸 빨리 어떻게 해야하는데. 아이고. 나랏님은 무얼 하시는 건지. 그 두사람의 말들은 너무 살벌해서 지금이라도 몬에게 뛰쳐 들어와 칼을 들어 자신을 죽일것만 같았다. 몬은 몸이 덜덜 떨렸지만 조그마한 소리도 안 내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안에 있는게 알려지면 무슨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퍼억퍼억!! -끼익--끼익---끼익--- 집이 무너질듯 흔들 거렸다. 이음새 부분이 끼익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우리 마누라가 이사가자고 난리야. 집 마련한지 얼마나 됐다고!! -걱정말어-- 마을에서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잖아. 거.. 유명한 청년 이름이 뭐더라.... 능력도 좋다던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흐흐.. -히히. 정말 자네는 머리가 돌덩이구만. -아이.. 진짜 생각이 안나네.. 자네는 그럼 생각나는가?! -거.. 나도 갑자기 생각하려니까 생각이 안나는구먼. 자네한테 옮았나봐. -하여튼 그 청년도 대단해. 자기 사업도 성공해서 잘 돌아가면 그대로 안주할텐데 나서서 마을의 트러블을 해결해 준다고 했나 보더라고. -하하! 그런 청년이 많으니까 우리 아이카이언이 발전을 하는거야!! 으하하!!! 그 사람들의 말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몬은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다시 적막이 찾아 오자 고개를 들었다. 무서웠다. 이전 황궁에 있을때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르칸이 먼저 생각났었는데 이제는 바르칸 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죽고 싶어질때가 많았다. 신이여...다음에 태어나면 절대로 이런 모습으로 태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무엇보다도.. 제 뱃속의 아이가 저를 닮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히려 미카엘을 많이, 아니 전부 미카엘과 닮은 아이라면 좋을텐데. 많이 외로웠다. 오히려 아이가 한번씩 발길질을 할때 아프지만 위로 받고 있었다. -엄마, 힘내세요. 라고 말하듯이 또 뱃 속의 아이는 발길질을 했다. 아니.... 뭔가.... 배가 아려온다. 몬은 자신의 밑이 점점 축축해 지는 것을 느꼈다. 몬은 드디어 출산이 다가 온것을 느끼고 두려워졌다. 많이.. 아프다던데. 많이 아프다던데. 아프다던데. 몬은 갑자기 허리가 튿어지는 듯한 고통에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몬은 끙끙거리며 이불을 손으로 휘어잡았다. 누워있으니까 더 아파오는 것 같아서 자세도 바꿔보았다. "....엉엉...아파...아파.........." 하반신 전체가 아파서 이리저리 누워도 보고 앉은 자세도 취해 봤다. 서도 앉아도, 누워도 고통은 같았다. "아..아야........ 읏....................으읍....!! 아아악!!!!" 몬은 소리를 지르면 신변이 위험해 질지도 모르는 것도 망각하고 고통에 젖은 신음을 질렀다.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격통이 몬을 덮쳐오고 있었다. ### 바르칸은 귀를 의심했다. "네? ....엔리공주가... 바이론의 아이를.... 하아. 잠깐.. 다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래. 내 아이야." 바르칸은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자아. 정리를 해 보자. 내가 없을 동안. 아니 주변을 정리할 동안. 엔리공주와 바이론은 반려라는 것을 서로가 인식하고 잠자리를 함께했고, 서로가 반려임을 증명하듯 아이가 생겼다는 거라고? 바이론은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엔리공주는 바르칸을 똑바로 쳐다 볼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바르칸은 이상하게도 화나지가 않았다. 거절당했다는 것은 슬프지만 왠지 자신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기분이 가라앉을 뿐이었다. 바르칸이 엔리에게 다가가자 엔리공주는 무의식중에 몸을 뒤로 물렸다. 바이론은 바르칸이 엔리에게 해꼬지를 할까봐 바르칸에게 다가갔다. "바이론." "왜." "넌.... 내 친구였지.. 아니. 내 친구지. 어렸을때부터 아웅다웅 했었지만 너는 내 친구였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거냐." 바르칸은 쓴웃음을 지었다. 머릿속을 정리하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것을 알았다.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어머니에서부터 받은 반지는 엔리공주의 것이 아니라는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엔리공주. 그대는 내가 5년전부터 늘 좋아했고 마음에 담아온 사람. 당신의 반려가 바보같은 바이론이라도.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당신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내 친구와 행복하기를 빕니다. 바르칸은 엔리공주를 온화한 눈빛으로 내려다 보았다. 엔리공주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 말하지 않아도 바르칸의 감정이 전해져왔다. "저는 공주의 인연이 아니었나 봅니다. 하지만... 당신을 생각할때마다 늘 저는 행복했습니다." "아니.. 아니예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저야말로... " "바이론은 어릴때부터 저의 친구입니다. 비록 저 사람, 머리가 안 좋고 입이 거칠고 성격이 엉망이지만-" "..뭐라고? 이자식. 뭐라고 떠들어 대는거야." 바이론은 엔리와 바르칸의 미묘한 공기를 깨려고 상스런 말도 해 봤지만 이미 바르칸과 엔리는 바이론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당신의 행복을 빕니다." 바르칸이 어렵게 입을 떼었다. 엔리공주의 눈에는 이미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바르칸은 엔리공주의 손을 붙잡고 허리를 숙여 키스했다. "--당신과 당신의 아이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엉덩이로 뭔가가 쭈우욱 미끌어져 나가는 것을 느끼고 바로 정신을 잃었었나 보다. 몬은 자신의 몸이 가벼워진것을 느꼈다. 오히려 기분이 이상했다. "아악....아..." 엉덩이의 구멍이 찢어져서 아직까지 벌어져 있는 듯 하반신은 추운 공기에 노출되어 차갑게 얼어있는 듯 했다. 바닥을 살펴보니 이불은 피로 온통 물들어 있었다. 집 안도 피냄새와 이상한 찜찜한 체액냄새로 진동을 했다. 아이...아이!!! 몬은 재빨리 몸을 힘들게 일으켜 살펴보았다. 알은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피에 젖어 나와있는 알을 보고 몬은 가슴을 쓸었다. 정신이 없을때 누군가 들고 가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정신을 잃을때도 눈을 감지도 못했던 것이다. 몬은 살짝 알을 조심스럽게 들어서 안았다. -콩닥...콩닥.... 알은 호흡하는 듯 박동하고 있었다. 자신은 생물이라는 듯 알은 따뜻했다. 몬은 그동안 아이를 낳는다고 죽을듯이 아픈것도 잊고 알을 보며 기뻐하며 키스했다. "...엄마..이제 나도 엄마... 헤헤....엄마다.... 아가야. 엄마야. 엄마." 몬은 준비해 놓은 알을 닦기 위한 새 수건을 꺼냈다. "엄마가-- 이쁘게 닦아 줄께요-- 우리 아가, 이름은 뭐라고 지어야 할까나." 알의 상태라서 쿵쿵 박동만 할 뿐이지 아무 말도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몬은 아이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이건, 이 예쁜 수건은 엄마가 우리 아이를 위해서 준비해 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빨리 씻고 우리......... 우......리...............?" 몬은 알을 닦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알은 붉은 색이었다. 몬은 등불을 자신의 곁으로 가까이 가져다 두고 다시 알을 닦았다. 붉은 색이다. 안...닦이나? "응... 안닦이네요. 엄마 피가 굳어버렸나? " 몬은 조심해서 약간 더 힘을 주고 닦아 봤다. 붉은색이다..... 그림책에 나온 알은 흰색이었는데? 붉은 알을 낳았다는 남자이야기는 듣지도 못했다!!!! "....???? 아..안돼겠다. 우..우리 목욕하러 갑시다-- 우리 아기 처음으로 물을 보겠네--" 몬은 불안감에 젖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이제 아이는 내 속에 들어있지 않고, 동네 아주머니들도 아기 앞에서는 늘 고운 말만 하라고 했기때문에 계속 웃어보였다. 몬은 알을 안고 조심해서 집밖을 나섰다. 마침 새벽이었나보다. 밖은 조용했다. 몬은 알이 춥지않도록 품에 꼭 껴안고 가까운 강가로 갔다. 물이 차가워서 알이 놀랄것 같아서 수건을 조금 물에 적셔서 다시 알을 닦았다. 몬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눈에는 눈물이 괴이기 시작했다. "하아...아??? " 알의 표면은 깨끗했지만 역시나 붉은 색이었다. 몬은 알을 껴안았다. 이 아이도 나와 사정이 같은거다. 나....나...... 나는.. 정말 괴물인 걸까?? 왜 나의 아이까지 이런거지? 왜 나의 아이조차 보통의 아이가 아닌거야?!!??!! 몬은 강에 아이를 던져버릴까라는 생각을 무심코 하다가 자신이 한 잔인한 생각에 놀라서 고개를 흔들고 알을 꼬옥 껴안았다. 몬은 박동하는 것 밖에 아직 할 줄 모르는 어린것이 불쌍해 지기 시작했다. 알은..... 자신과 같은 운명을 타고 난 듯했다. 몬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몬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팔은 자신의 알을 꼭 껴안고 있었다. 몬은 조심스레 수건으로 알을 싸서 알을 위해 사 놓은 바구니 속에 넣었다. "...........잘....자...... 잘 자요...... 엄마... 절대 우리 아기 안버릴테니까. 꼭 보호할테니까." 알은 아무것도 모르는듯이 규칙적으로 박동할 뿐이었다. "......내가 엄마니까.." 몬은 다시 알을 들어 키스했다. ...좀 붉으면 어때. 우리 아기는 나랑 오순도순 이쁘게 살면 되는건데. 몬은 외롭지 않았다. 이제 몬과 함께할 아기도 태어났고 짐을 싸서 이사 갈 준비를 해야했다. 몬은 자기 전에 우선 짐을 조금이라도 싸 두기로 했다. -미카엘님!! 미카엘님!! -저희 마을을 살려주세요!!! -아이카이언의 청년 미카엘님!! 저희 마을을 살려주세요!! 미카엘은 자신의 말에 동의 하고 모여준 마을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했다. 큰 광장에는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마을사람들이 거의 다 나와있었다. 미카엘은 마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자신의 경제적인 지원도 서슴지 않았었다. 늘 큰 일이 있을때마다 척척 해결해 주고 이번의 큰 위기인 괴물사건도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아름다운 청년 미카엘을 모두 응원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분명히 큰 사람이 될것이라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었다.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모인 광장 한 중앙에 선 늠름한 미카엘의 모습은 또다시 마을 처녀들과 총각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미카엘은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며 모두에게 외쳤다. "그 괴물은 제가 이 마을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저에게 고의로 접근하여 저를 해하려고 했습니다!! 그 댓가로 저는 한 여인을,제 반려를 잃었습니다.물론 저의 반려를 빼앗아 갔다고 제가 원한을 가진 건 아닙니다.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은....이제 괴물은 이제 우리들의 마을을 잡아 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모든 마을사람들은 미카엘의 말에 전율하며 괴물을 욕하기 시작하며 수군댔다. "그 괴물은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를 가진 겉보기에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장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괴물한테 홀려서 잡아먹힐 뻔 했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수근대는 것을 멈추고 다시 미카엘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카엘의 발언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분노의 불씨를 당겼다. "그 괴물은 지금 아이를 배어서 활동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때 쳐야합니다!!! 이때를 놓치면 이젠 기회는 없습니다!! 그 괴물이 새끼를 치고 몸을 풀고 난 후에는... 이미 늦습니다!!! 오늘 밤에야 말로 우리는 일을 성사시켜야 합니다!!" 미카엘이 외치자 마을 청년들이 단합하여 옳소!! 옳소!! 라며 외쳤다. 마을 사람들에게 청년들은 횃불을 한개씩 들려주었다. "몸이 약한 노약자분, 여인분들, 그리고 임신한 남성분들!! 마을에서 안전하게 기다리십시오. 혹시나 그 괴물이 도망쳐 나올수도 있으니 우리 카이자와 청년단의 일부는 마을에 남아 있겠습니다!! 나머지분들은 모두 괴물이 처형당하는 것을 눈으로 보시고 증명해 주십시오!! 카이자와마을의 역사적인 사건 해결로 후대에 길이 길이 우리의 명성을 남깁시다!!" 청년들과 건장한 남자들은 횃불을 들고 미카엘을 따랐다. 미카엘은 광장 중앙에서 내려와서 횃불을 들고 괴물을. 몬을 처형하러 향했다. 몬은 어제 저녁에 짐을 열심히 쌌다. 결국은 다 싸지 못하고 쓰러져 누워잤는데 일어나보니 저녁이었다. ",,,,배고프네." 몬은 알이 있는 바구니를 다시 쳐다보다가 알을 손에 들어 품에 안았다. 따뜻한 것이 콩닥 콩닥 뛰고 있는 걸 보니 너무 사랑스러워서 몬은 키스했다. 쪽...쪽.... 붉은 색은 옅어지지도 않았다. 또 혹시 모르잖아? 시간이 흐르면 하얗게 될지도. 몬은 알을 조심스레 다시 수건에 싸서 바구니에 넣었다. 이전에 만들어뒀던 나무잎으로 만든 스프를 덥히기 위해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옷도 예쁘게 챙겨입었다. 이제 여기 있을날도 얼마 없으니 깔끔하게 하고 다녀야지. 이제 아이도 보는데 엄마가 더럽게 하고 다니는건 보기 싫을테니까. 몬은 빗으로 긴 머리를 조심스레 빗고 스프냄비를 들었다. 냄비를 안고 문고리에 손을 댄 순간 -덜커덩!! 갑자기 문이 열려서 몬은 깜짝 놀랐다. "어이. 어디 가나? " 미카엘이었다. 몬은 미카엘의 갑작스런 방문에 의아했지만 어제 아이도 낳고 몸도 제대로 안 풀린 터라 그냥 달래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안녕하세요. 미카엘님." 몬이 무표정으로 인사하자 미카엘은 몬의 푹 꺼진 배를 보고 고소했다. "아...벌써 새끼 쳤냐?" ",,,,,,,,?" "하하하!!!! 그래. 원래 세상은 그런거야. 바퀴벌레가 새끼치듯. 집 쥐들이 새끼치듯 원래 악한것들이 새끼는 잘 치지." "......미카엘님 말이 너무....!!" 미카엘은 몬의 말은 들을 필요 없다는 듯 스프냄비를 발로 찼다. 몬의 손에서 스프 냄비는 떨어져 바닥으로 스프는 다 쏟아지고 냄비는 구석으로 통통거리며 굴러갔다. 몬은 미카엘의 난폭한 행동에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원래 이렇게까지 난폭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 사람이 변해있었다. 몬이 겁에 질려 가자 미카엘은 무언가가 재미있는듯 웃음을 지었다. 몬은 슬슬 뒷걸음질을 했지만 워낙 좁은 집이라 멀리 가지 못했다. 미카엘은 출입구를 막고 웃으며 몬에게 다가갔다. 몬은 뒷걸음질 했지만 결국 벽에 부딪혀 옆쪽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널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하하...!!! 나를 물먹인 댓가야. 응? 개새끼...." "....미....미카엘....미카엘님...... 제발.... 이제 미카엘님의 앞에 안나타난다고 맹세했었잖아요.....왜 이러세요.." "하아!! 이 새끼가 얌전한척 하고 앉아있네!!" "아아앗!!" 미카엘은 몬의 가녀린 목을 한손으로 잡아챘다. 울퉁불퉁한 미카엘의 큰 손에 몬의 목은 쉽게 잡혔다. "너 때문에 결국은 결혼은 깨졌지. 너 같은 괴물이 나한테 들러 붙었을때. 나는 널 죽였어야 했어. 나는 그게 제일 후회된다." "으윽....윽......." "하하!! 애새끼는 어디다 넣어 놨냐? 저기 쌀 광주리 옆쪽에 뒀냐? 저기 장식장 위에 있는거?" 미카엘은 몬의 아이를 찾고 있었다. 몬은 고개를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몬은 자신은 죽여도 좋지만 아이만은.... 살려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미카엘은 몬의 어깨를 거칠게 잡고 장식장 위의 물건들을 다 쓸어서 밑으로 던졌다. "여기냐?여기야?!" "아아악!!! 그만..그만해요!!!" 몬은 미카엘이 알이 있는 바구니 쪽으로 다가가자 미칠것만 같았다. 몬은 미카엘의 손을 입으로 꽉 물었다. "아아악!! 씨발!!!!" "꺄아아아악!!!" 미카엘은 몬을 거칠게 구석쪽으로 집어 던졌다. 안돼!! 안돼!! 알만은 안돼!!! 내 아이만은 안돼!!!! 당신도 아빠야.. 아빠라고!! "흥. 저긴가 보군." 미카엘이 바구니쪽으로 다가가자 몬은 다리를 잡고 매달렸다. "제발..제발!! 살려주세요!! 시키는거 다 할께요!!!! 제발!!!!!! 당신도 아빠잖아요!! 아이한테 그러면 안돼는 거잖아요!!! 제발!!!!!!!!!!!!아아아악!!! 제발제발!!!!!" 몬은 미카엘의 발에 채여 이리저리 구르면서도 미카엘이 그쪽으로 향하는 것을 막았다. 미카엘은 몬의 목을 두손으로 붙들고 압박했다. 몬은 미카엘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카엘은 몬이 숨을 제대로 못 쉬고 발버둥치자 한쪽 입술을 올리며 비웃었다. "그래. 너같은 괴물은 이렇게 죽는거야. 차라리 넌 나한테 고마워해야해. 공개 화형도 아니고 집에서 이렇게 조용히 죽도록 도와주잖아? 하하하하하하!!!!!" 몬은 목이 붙잡힌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카엘의 손을 붙들었지만 무리였다. 손톱을 세워도 미카엘에게는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너 같은 새끼는 죽어야 해!! 왜 내 앞길을 가로 막는 거야!! 나는 그녀가 좋다고.. 그녀만이 내 아내라고!!" 몬은 의식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몸의 힘은 없어지기 시작했다. 몬은 의식이 멀어지고 숨이 차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자신이 없어지고 난 후에 알이 당할 상황을 생각하니 제대로 눈도 감을 수 없었다. ............황태자님!!!! 오직 도움을 청할 사람은 바르칸밖에 없었다. ...............오지 않겠지만. 몬은 하염없이 소리없는 눈물을 흘렸다. 미카엘은 마지막 힘까지 짜내서 악력을 더 세게했다. 몬의 목은 한계까지 조여졌다. 몬의 입에는 역류한 피가 흘러나오고 그와 함께 침도 줄줄 쏟아졌다. 내..아이만 어떻게 좀 살았으면 좋겠어. 내가 10개월동안 뱃속에 두었던 아기, 이제 세상구경한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매일 매일 안아주면서 부화하면 늘 그림책도 읽어주려고 했는데..... ....바르칸님. 국혼을 하면 바르칸님이 엔리공주님과 들어올때 아이를 안고 아이에게 예전에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이라면서 자신을 늘 안아주고 보듬어 주던 사람이라면서 저렇게 예쁜 공주님을 받아 들이고 제국의 올바른 정치를 하시는 좋은분이라며 소개도 하고 싶었는데. 바르칸. 내가 사랑했던 사람. 사랑....... 아. 나도 사랑한적이 있었구나. 하지만, 지금 방 구석의 바구니 속에 들어가 몇일 후 껍질을 깨고 나올 내 아이가 눈에 밟혀서... 옛날부터 좋아한 내 사랑하는 사람이 눈에 밟혀서.. 무심한 사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사람.......... 사랑했습니다..... 미카엘의 손목에 겨우 걸치고 있었던 몬의 손은 힘 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 바르칸은 왠지 몸이 으슬해졌다.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과 엔리공주의 일을 메이티안국의 왕이 알자마자 퍼렇게 질린 얼굴로 쫓아와서는 아예 절까지 하며 사죄하려고 했다. 아무리 자신이 기분이 나쁘다 하더라도 나이 차이가 몇십년이나 나는 사람이 와서 무릎을 꿇는 다는 것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엔리 공주도 충분히 행복해 하는 것 같고. 그런데 아까전부터 오한이 든다. 왜 이렇게 몸이 떨리는 거지? 기분이 나쁜거랑은 느낌이 틀리다. 왠지 마음도 불안하고 빨리 어디론가 가야할것 같지만... 어디로? 바르칸이 손님을 위한 방에 들어가니 자신들의 시종들이 짐을 싸고 있었다. 바르칸이 한숨을 쉬며 탁자에 앉자 늘 바르칸의 옆에서 호위를 하는 테오거가 다가왔다. "태자전하. 방금 아이카이언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급보? 급한 연락이 생길 일이 있던가?" 바르칸이 테오거의 손에 들린 쟁반위의 종이를 펴 들었다. 황후로 부터였다. 이전에 황후가 말하던 그 괴물사건인가? 해결이 되었다고? 바르칸은 황후가 자신이 엔리를 데리고 간다고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고 한숨을 쉬었다. 바르칸이 손을 내밀자 그 옆의 다른 시종이 담배를 손에 끼웠다. 테오거는 자신의 품에서 불을 꺼내 붙여주었다. "......황제전하와 황후께 전해줘. 엔리공주님을 데리고 가지 못하게 되었다고." 바르칸은 그 날 저녁까지도 속이 미식거리고 오한이 왔다. 겨우겨우 잠이 들었다. 향기로운 꽃밭이었다. 허리까지 오는 붉은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고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늘 자신을 안정시키던 향기가 났지만 바르칸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엔리공주가 반려를 만났으니 행복해 하자. 바르칸.이걸로 만족하자. 바르칸은 고개를 들었다. 바르칸의 눈 앞쪽에는 검은 머리를 풀어헤친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가슴에는 무언가를 소중하게 안고 있는 듯했다. "....몬이니?" 그 사람은 고개를 들었다. 붉은 꽃에 둘러 싸인 검은 머리카락의 사람이 바르칸을 쳐다 보았다. 흑요석과도 같은 아름다운 검은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바르칸은 인상을 굳히고 다가갔다. 예전부터 그리워 하던 향기. 사랑스러운 향기. 나를 안정시키는 향기. 바르칸은 몬의 가슴에 자리한 동그란 것을 보았다. 붉은 색... 알? 저것은 제국의 황태자만의 특징이 아닌가. 몬이 녀석이 이런걸 왜 가지고 있는걸까. 몬이 아무 말도 없었다. 내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울기만 할 뿐이었다. 몬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손을 따라서 내밀자 몬은 내 손에 자신의 손을 얹지 않고 안고 있던 알을 놓았다. 붉은 색 알은 천천히 박동하고 있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설마 몬이의 아이인가?? ....알은 귀여웠다. 그냥 둥글기만 한것, 귀엽다고 하면 이상할지 몰라도 나한텐 귀여워 보였다. 조그마한게 꼴에 살아있다는듯 온기도 있고 박동도 하고.... 나는 손에 들린 것을 떨어뜨릴까 조심조심 안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검은 눈동자를 가진 내 아이는 저 멀리 뒤돌아 가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그 아이를 불렀다. "몬아. 몬아. 몬아............" 나의 사람은 절대 뒤돌아 보지 않았다. 나는 그게 너무 서러워서 다시 불렀지만 내 사람은 저만치 멀리 가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한번 안아 보지도 못했다. 나는 그 아이를 한번 보듬어 보지도 못했다. . . . . . 나는 그 아이에게 한번도 살갑게 해 준적도 없었다. ....사랑을 해 본적이 없어서 사랑해 줄수도 없었다. ########## 미카엘은 방 구석의 바구니 속의 알을 찾아서 거칠게 손에 들었다. 몬의 시체의 목을 한손으로 쥐고 질질 끌고 집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은 붉은 알을 보고는 모두 놀라고 있었다. 보통 알은 하얀색인데 붉은 색 알이라니 보도 듣도 못한것이다. -드디어 미카엘이 해 냈다!! -미카엘님!! 대단하세요!! 마을사람들이 웅성이며 미카엘에게 박수를 보냈다. 미카엘은 사람들에게 웃어 보이며 알은 공처럼 손안에 들고 이리저리 던지고 받으며 몬의 시체는 딴 사람들에게 건넸다. "파 묻으면 봉인 된다지요. 이런것들은." "아, 저기 위쪽에 사람들이 잘 안가는 곳이 있어요. 가까운 곳에 묻어서 봉인해 버립시다." 미카엘은 알을 세게 바닥으로 던져서 깨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던지고 바위로 찍어도 알은 깨지지가 않았다. 사람들은 알이 깨지지 않는 걸 보고 또다시 두려움에 떨었다. 누군가가 알도 묻어서 봉인해 버리자고 제안하자 마을사람들은 모두 동의했다. 깊이 깊이 파 놓은 구덩이의 가까운 곳에 누군가가 모닥불을 피운 듯 한 흔적이 있었다. 고위 마법을 쓰는 자의 흔적이었다. 마을의 고령자로 모든 이의 선생님인 노인이 고위마법을 쓰는 사람이 출입한 곳에 묻으면 봉인 되는게 쉽다고 하자 모두 이곳에 구덩이를 파 놓은 듯 했다. 이런 고위마법을 쓰는 사람들은 황족과 고급 귀족밖에 없다면서 여기야 말로 봉인을 하기 위해 생긴 곳 같다며 말한 듯 했다. 미카엘은 몬의 시체를 구덩이에 집어 던지고 알을 그 위에 집어던졌다. 알은 마치 자신의 모친의 가슴에 안기듯이 몬의 가슴주위에 던져졌다. 어떤 사람들은 속으로 모자(母子)를 한날에 다 죽이는 장면이 끔찍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건장한 남자들이 삽을 들고 구덩이를 메우기 시작했다. 바르칸이 꿈을 꾸고 난 뒤 일어나자 침상이 땀에 젖어서 축축해져 있었다. 자다가 눈물도 흘린 듯 했다. 눈이 조금 부어있었다. 이런... 이렇게 해서 아이카이언이나 가게된다면 엔리공주때문에 울었다고 오해 받을텐데... 바르칸은 시종을 시켜 자신에게 옷을 입히도록 했다. 바르칸은 시종들이 짐가방을 밖으로 내는것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았다. 지난번에 메이티안은 눈이 왔던가. 세상이 하얗다. 아이카이언에 가면........ 우선 몬을 만나야 할 것 같았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네 아이까지 너의 남편에게 부정당해도. 내가 널 지켜줄 테니까. 이제 울지말아라. 나의 아이야. 너의 향기를 맡으며 다시 편안하게 잠을 자고 싶구나. '몬아. 지금 당장 보고 싶구나.' 바르칸은 머쓱해져서 코 주변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 그대의 향기 (番外) 그대의 향기. 번외. Extra by pero 바르칸은 몬의 무릎 옆에 베게를 등에 베고 벽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다. 바르칸의 손은 몬의 허리에 둘러져 있었다. 바르칸이 읽고 있는 책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습득된 전쟁의 전술. 전략을 써 놓은 책이었다. 고대부터 내려오는 것이라 현재 바르칸 세대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머리에 넣기 위해 바르칸은 집중해서 읽고 있었다. 그 바로 옆에서 몬도 바르칸이 말한 엔리공주를 위한 선물을 만들고 있었다. 엔리공주에게 주기 위한 반지는 이미 만들어 졌으니 그 포장을 위한 부수적인 장식을 만들었다. 반지 위에 올린 다이아몬드가 꽤 크니까 그와 함게 포장도 배로 화려해져야 했기때문에 꽤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오랜시간 책을 봐서 그런지 바르칸의 눈 안쪽이 시려왔다. 바르칸은 책을 덮고 몬의 허리에 감은 반대 손으로 코쪽을 잡으며 가볍게 맛사지를 했다. "아아.. 졸리구나..." 바르칸이 몬의 허리를 두손으로 감싸며 머리를 몬의 무릎위로 올렸다. 몬은 바르칸이 껴안아오자 장식하던 것을 내려놓고 바르칸의 등을 짚어서 중심을 잡았다. 물론 바르칸의 옷에 손의 먼지가 뭍지 않도록 손바닥으로만 짚었다. "엔리공주가 좋아할까?" "그럼요. 반지가 멋지던데요. 그런 반지는 아이카이언이니까 구할수 있는 거예요." "하하.. 그렇구나. " "모두들 부러워 할거니까 안심하세요. 저도 열심히 장식해 볼께요." 몬의 자신감 가득한 말에 바르칸은 몸을 일으켜 몬이 만들고 있는 것을 힐끗 보고는 다시 몬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너에게 제일 갖고 싶은게 뭐냐고 물으면 넌 뭐라고 대답을 하겠느냐." "아.... 헤에.. 뭐가 좋을까요?" "갖고 싶은 것 말이다." 몬은 바르칸이 더이상 움직이지않고 가만히 있자 다시 손을 움직여 하던 작업을 해 나갔다. 바르칸이 계속 대답을 기다리는 듯하자 몬은 입끝에 살짝 웃음을 걸고 말했다. "저는 갖고 싶은거라면.................. 가족이 제일 갖고 싶어요." "가족?" "이때까지 저는 혼자서 커 왔잖아요. 그래서 가족을 가지고 싶어요." "흐으으음..... 자아. 내가 너의 부모를 찾아 주랴?" 몬은 잠깐 손을 멈췄다가 다시 작업을 해나가며 말을 이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 바르칸은 등 뒤로 늘어진 몬의 머리카락을 만지다가 한손에 쥐고 자신의 코 앞으로 대며 킁킁댔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이 녀석의 체향은 무척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구나. 바르칸은 몬의 출생에 대해 그닥 관심이 없었다. 바르칸이 다른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몬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음.. 내가 만들거예요. 가족은. 정말 화목한 가정을 만들거예요. 아이도 여럿 낳아서 시끌시끌한 가족을 만들거예요." "흐으음.. 돈 같은게 더 좋지 않을까?" "돈이야 살다보면 필요 한 거니까 언제든지 벌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가족은 인연으로 만들어지는거니까요." 몬은 미래의 자신의 행복한 가정. 자신과 자신의 반려. 그리고 아이들. 을 상상해보았다. 너무 행복할 것 같았다. 가슴 깊이 퍼지는 기대감. 따뜻함에 몬은 바르칸 몰래 웃음지었다. # # # 바르칸은 몬의 집앞에 도착했다. 여전히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는 몬의 집의 허술한 문이 바르칸을 맞이하고 있었다. 바르칸은 다시 몬을 보게 되어 기뻤다. 오늘이야 말로 몬을 데리고 황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바르칸의 목소리를 듣고 뛰어나올 몬을 보고 싶어 바르칸은 문을 큰 소리가 나도록 노크했다. 3번정도 노크했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바르칸은 살짝 문을 열어보았다.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집 안에서는 기분나쁜 피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바르칸은 집안으로 들어갔다. 쯧쯧.... 구석에는 스프 냄비같은 것이 뒤집어져 바닥에 스프가 눌러붙어 있고 집안의 물건은 어느하나 성한것이 없었다. 집 안에는 여행이라도 가려는듯 짐보따리로 보이는 것도 2개정도 놓여있었다. 이불같은 것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이불에 흥건히 체액도 그대로 고여있었다. 한마디로 출산의 흔적이 그대로 있었다. 바르칸은 출산의 흔적을 보고서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낳았구나. 바르칸은 몬이 아직 몸이 안풀려 방정리를 못한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불쾌함이 느껴지고 위기감...... 아니다. 불안..? 바르칸은 그런 느낌을 떨쳐버렸다. 바르칸을 따라 들어온 테오거가 살짝 미간을 좁히며 집안을 둘러보았다. "출산을 한것 같군." "예. 그런것 같습니다. 태자전하. 그런데......" 바르칸은 몬의 아이가 어디있는지 보고 싶어하는 듯 했다. 바르칸은 여기저기를 눈으로 보더니 집안에 생명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느끼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집안에 있기에는 피비린내와 출산 특유의 체액 냄새가 견딜수 없었다. 테오거도 바르칸을 따라 나가려고 하다가 바닥에 점점이 떨어진 피위에 뭔가가 질질 끌려나간 흔적을 보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집안에 누가 흙발로 들어와서 돌아다녔다는 것도. 집 밖에 나간 바르칸은 밖에서 몬을 기다리려는 듯 했다. 바르칸은 집 옆에 놓여진 큰 기름통 위에 앉았다. 기름통 따위 몬에게서 본 적이 없는데 꽤나 돈을 모은 모양이로구나. 몬아. 이렇게 돈이 있으면서도 추운 겨울에 나한테 불 한번 피워주지 않은게냐. 바르칸은 기름이 가득찬듯 묵직한 기름통 위에 앉아 마을에서 본 일을 회상했다. 카이자와 시장은 완전 축제분위기였다. 황후 말씀에 이 동네에서 큰 일을 자력으로 해냈다며 급보를 친적이 있었는데 그일때문이었나. 이야기를 듣기에는 본격적인 축제는 4일후에나 시작된다고 하던데. 바르칸 옆에 다가온 테오거가 바르칸이 앉아있는 기름통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바르칸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전하. 그 기름통에 앉는 것은 삼가하는 편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위험합니다." "응? 아.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말이다." 테오거가 기름통 라벨을 읽고 있자 바르칸이 툴툴거리며 이야기했다. "몬이 녀석은 너와 내가 왔을때도 기름으로 불 피워준적은 없지 않느냐. 그런데 자기 애가 태어나니까 저런 것도 하나 보구나. 주군인 나보다 자신의 아기가 더 소중한가보지." 바르칸은 몬이 자신을 대할 때는 기름으로 따스하게 불 피워준 적이 없는데 몬이 아이를 낳자 자신의 아이에게는 따스하게 불 피워주는게 억울한 듯했다. 테오거는 어릴때부터 바르칸과 함께 있었고 늘 바르칸의 뒤를 따라 다녀서 바르칸의 그런 어린아이 같은 심정을 꿰뚫어보고는 속.으.로.만. 웃었다. 잘못해서 들켰다가는 바르칸이 노할수도 있었기때문이었다. 바르칸은 자신보다 마법도 뛰어나고 전술도 뛰어나서 테오거의 보호따위 필요하지 않았지만 시중을 들 사람이 없으면 불편하다고 자신을 붙이고 다니는 것 뿐이었다 . 특히나 몬이 궁 밖으로 나가자 늘 바르칸에게 볶이는 것은 자신이 되었다. 몬이 돌아오게 되는것을 테오거는 바르칸보다 내심 더 기뻐하고 있었다. 몬이 있을때는 몬이 바르칸에게 대신 볶여주는 고마움을 몰랐지만 지금은 절실히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테오거는 바르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기름통 라벨을 읽고 바르칸에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걱정마십시오. 전하. 몬이 녀석이 폐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아시지 않사옵니까." "허엄. 설마. 자기 자식만 예쁜가 보지. 뭐......" "하하하... 폐하.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이 기름은 난방용 기름이 아닙니다." "기름에 불만 붙으면 난방 되는거지 기름도 용도가 있느냐." 바르칸이 테오거가 자신에게 위로하는 말을 건네자 토라져서 테오거에게 쏘아붙였다. 거구의 바르칸이 쳇쳇 거리고 있는 모습을 무시하며 테오거는 설명했다. "이 기름은 난방용이라고 하기 보다는 캠프파이어용입니다. 큰 건물을 태워 철거하거나 엄청난 수의 장작더미를 태울때 쓰지요, 특수용입니다. 이 기름에 불을 붙이면 화력이 정말 강하지요. 아이카이언에서 개인의 사용이 금지된 기름입니다. 시장의 축제시 쓰려고 하나 보죠.아니면 건물 철거라던가..." 이미 초저녁인데도 몬은 돌아오지 않았다. 바르칸과 테오거는 밀려오는 추위에 밖에 있을 수 없었다. "출산한지도 얼마 안된 녀석이 어디까지 가서 아직 안오는지 모르겠구나." ".............." 바르칸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집안을 쿵쿵거리며 왔다갔다 했다. 테오거는 가만히 바닥에 앉아서 바르칸을 쳐다 보다가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갓 출산해서 몸도 안풀린 산모가 아기를 안고 나들이 해서 돌아오기에는 늦은시간이었다. "...시장으로 내려가 볼까. 축제한다고 분위기가 들떠있던데 몬이가 거기에서 놀고 있을 수도 있을거 같은데..." 바르칸은 혼잣말을 하며 바닥에 다시 앉았다. 앉아서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몬이 늘 머리를 두고 눕는 부근에는 아기 용품들이 몇개 놓여져 있었다. 손가락 3개도 겨우 들어갈만한 신발과 젖병 같은것들. 인형에게나 입힐만한 작은 아기 꼬까옷. 그렇게 몬이가 기를 쓰고 읽어대던 그림책. 그림책에 그려진 유치한 그림을 보고 바르칸은 실실 웃었다. 그러다가 바르칸은 피에 젖은 이불 윗쪽에 몬이 이전에 자신에게 준 장갑이 놓여있는 것을 보았다. 장갑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바르칸이 장갑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손에 끼어보니 꼭 맞았다. .......따뜻했다. 막상 몬에게 받았을때에는 한번 껴보지도 않았었는데 몬에게 돌려주고 나서야 이렇게 한번 끼어보는구나. 바르칸은 가슴이 지끈하며 아파왔다. 몬이 녀석은 이 추운날 뭘 한다고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람.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설마 아기를 낳고 나서 바르칸의 생각은 티끌만큼도 안하는게 아닐까. 나는 몬에게 돌아왔는데 몬이 날 두고 간다면 견딜수 없다. 바르칸은 한숨을 탁 쉬면서 산책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테오거가 따르려고 하자 바르칸은 한 손을 들어 됐다고 표시하며 몬의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가야할까. 몬이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너와 내가 함께 누볐던 곳으로 가면 네가 있을까. 바르칸은 산 위로 발걸음을 향했다. 설마 산위에 있다면 어서 몬을 데리고 와야했다. 애 낳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주제에 산속을 다니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바르칸은 이전에 몬이 자신에게 스프를 끓여주겠다며 데리고 간 장소로 향했다. 그날, 나는 몬에게 귤을 사 줬었지.... 맛있게 먹었었다. 정말 행복하다고 그랬었지. 엔리공주와 내가 이렇게 될줄 알았다면 너에게 더 맛있는 것을 먹여주고 다정하게 해 줬을텐데. 바르칸은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였던 몬을 생각하며 웃다가 몬의 반려인 미카엘을 생각해 냈다. .........자기 반려를 두드려 패는 못난놈. 결국 아기를 낳을때까지 몬을 거부한것이다. 아니. 몬이 지금 그 녀석과 있을 지도 모르지....... 그 녀석이 말했던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그 미카엘이란 녀석과 있을 지도 모른다. 바르칸은 왠지 침울해 졌다. 미카엘이란 녀석과 몬의 행복한 모습. 왠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니..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듯했다. 바르칸은 주먹을 꽉 쥐고 밑 입술을 깨물었다. 몬이 녀석이 다정하게 대할 사람이 내가 아니고 미카엘이란 놈이 되어 있을거라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 우선 몬을 만나야지 어떻게 이야기를 해 볼것이 아닌가. 어둑어둑 해 지고 달이 떴다. 유난히도 달이 밝았다. 바르칸은 몬과 자신이 이전에 같이 왔었던 곳 주변에 붉은 꽃들이 피어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겨울에 피는 꽃이라 신기하게 여겼던 꽃들이 이렇게 많은 것이다. 자신이 이전에 불을 피운 흔적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바르칸은 가만히 그 앞에 서서 붉은 꽃들이 뱉어내는 향기를 눈을 감고 들이켰다. ....이전에 내가 몬의 남편에게 보여주라며 몬의 머리에 장난으로 저 붉은 꽃을 꽂아준적이 있었지. 몬아.... 보고싶다.......... 어서 와라. 내가 기다리고 있지 않니. 바르칸은 장갑 낀 손으로 겨울의 찬 날씨로 인해 시들어 버린 풀 위를 헤집다가 눈 앞의 이질적인 부분을 발견했다. 추운 겨울이라 잡초들은 모두 시들어 있는데 어느 한 부분만 풀 한포기 심어져 있지 않았다. 아니, 최근에 한번 들어 엎어 진 곳 같았다. 검은 흙들이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면. "흠.... 뭔가를 묻은겐가..... 누군지 몰라도 한 겨울에 고생하는군." 바르칸은 그 근처에 자꾸 눈이 갔다. 장갑이 더럽혀 질까봐 장갑을 벗어 반대 손에 들었다. 흙을 가볍게 쓸어보았다. 흙은 부드러웠다. 이 겨울에 흙이 얼지도 않고 이렇게 부드러울리가..... 괴이하다고 느낀 바르칸은 흙을 퍼냈다. 바르칸의 큰 손에 흙은 너무도 부드럽게 파헤쳐졌다. "에헴.. 설마 몬이 네가 춥다고 이런데 들어가 있는 건 아니겠지. 후후..." "아니면 내가 그리워서 내가 불 피운 흔적이라도 보며 울고 있는 거 아니냐? " 바르칸은 우스갯소리를 하며 기계적으로 흙을 팠다. 임신해서 뒤뚱거린다고 놀렸었지. 내심 미안해서 널 멈춰세우고 머리에 꽃하나 꽂아주고 예쁘다고 하니까 넌 행복한듯 웃었었지. 바르칸은 자신이 향한쪽의 구덩이에서 검은 머리카락 몇 올을 보았다. 수줍은듯.... 웃었었지. 바르칸은 조용히 나머지 손의 장갑을 벗었다. 그 장갑을 옆에 두고 그 몇올의 검은 머리카락을 떨리는 손으로 만지고는 다시 흙을 팠다. 테오거가 그 장면을 봤더라면 태자전하! 그만두십시오!! 그런모습으로 뭐하시는 겝니까!! 라고 할꺼야.. 나보고 늙어서 추태부린다고 뭐라고 할지도 몰라. 그 놈이 나보고 미쳤습니까!! 라고 할지도 모르지. 바르칸은 자신의 손에 감기는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때때로 어루만지며 두손 가득 흙을 파냈다. 바르칸의 손은 피가 흘렀다. 흙 중간중간에 섞인 얼음은 날카로웠다. 자신의 손가락에 피가 흐르는 것은 상관없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직 그 근원지까지는 조금 더 파야했다. 몬아..... 내가 위험하니까 밤 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몇번을 이야기 했었느냐. 홀몸도 아닌데 이렇게 돌아다니면 위험하단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데...... 왜 넌 이런 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거냐. 검은 머리카락은 이미 바르칸의 손에 감기고도 남을 만큼의 길이가 노출되었다. 바르칸은 자신의 손에 몇년이나 익숙한 감촉을 남기는 머리카락이 당겨지지 않게 한손으로 조심스레 넘겨 잡고 멈춤 없이 흙을 파냈다. 몬아........ 내가 네 꿈을 꾼것은 알고 있느냐. 아니면 네가 내 꿈에 의도하여 나온거겠지. 정말 네가 내 아이를 낳았느냐... 내 아이를 낳아 준것이냐............. 나의 가족을 낳아 준것이냐........ 바르칸은 몬의 몸에 상처라도 입힐새라 쓸듯이 주변의 흙을 밀어서 제거했다. 몬의 가슴의 동그란 것이 움찔거리는 것을 보고 바르칸은 조심스레 들었다. ......내 아이구나. 아니.. 너와 나의 아이구나. 이렇게 살아서 숨을 쉬고 있구나. 나의... 몬과 나의 새 가족이구나. 바르칸은 알을 조심스레 몬이 자신에게 준 장갑 위에 얹었다. 바르칸은 떨리는 손으로 몬의 몸 주위의 흙을 떨어냈다. 몬의 얼굴이 드러나자 그 위에 바르칸의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체액이 떨어져 몬의 얼굴위로 떨어졌다. 몬의 얼굴에 뭍은 잔 흙과 함께 땅으로 또로록 굴러 떨어졌다. 몬의 미간에는 내천자가 그려져 찡그려져 있고 눈도 제대로 감겨 있지 않았다. 입술 주변이 다 터져서 피가 흙과 섞여 덩어리 져 굳어 있었다. 조금씩 드러나는 몬의 손톱도 모두 깨지고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목에는 꺼먼 손자국이 선명히 나 있었다. 얼굴이 드러나자 바르칸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갑자기 바르칸은 한 손으로 흙을 매섭게 파 내고 땅에 주먹을 꽂으며 소리를 질렀다. 몬의 처참한 얼굴을 보자 맨 처음 느낀 감정은 분노였다. "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내가.. 너에게 잘 살라며 널 살려 줬지 않느냐!!! 왜 여기에 누워서 이렇고 있어!!!! 응?!!! " 바르칸은 거세게 땅을 두드렸다. 땅이 쿵쿵쿵 하며 울리고 바르칸의 손은 피범벅이 되어갔다. "그 깟 약속 뭐가 어렵다고 여기에 이렇게 퍼질러 누워 있는거냐?!!!!!!!!!!!" 바르칸이 쿵쿵 주먹을 찧어대는 턱에 바르칸의 손에는 뼈소리가 났다. 바르칸은 머리끝까지 울분이 올라왔다. 이전에 몬과 바르칸의 야한 신음성을 울려주었던 나무들이 이제는 바르칸의 분노에 찬 괴성을 온 곳에 울리게 하고 있었다. 바르칸의 손의 손톱은 점점 날카로워 지고 바르칸의 눈동자의 핏줄들이 터져 눈에 빨간 그물을 치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 아들을 낳아서 너도 황후라 귀한 사람이란 말이냐?!!!!! 이렇게 내 말을 거역하는 것이냐!!!!! 왜 이렇게 말을 안듣는 거냐?!!! 어서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다!!! " 바르칸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차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 갈곳 없는 분노는 바르칸에게 슬픔이란 감정을 불러 내고 있었다. 바르칸은 얼음처럼 차갑게 굳은 몬을 구덩이에서 꺼내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몬의 얼굴에 묻은 흙을 손으로 비벼 떨어냈다. 가여운 애인(愛人)의 얼굴이 달빛을 받아 자세히 보였다. 귀여운 눈도.... 귀여운 머리도..... 하나하나 더듬어 확인했다. 바르칸은 몬의 미간의 주름을 손으로 펴면서 몬을 세게 껴 안았다. "미안해!!! 화... 내서 미안하다.......!!.무섭게 해서 미안해......." "마..많이 ... 아팠지.... 아팠겠구나..." 바르칸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처음으로 나오고 있었다. 바르칸은 몬이 반응해 주길 바라며 애원했다. "제발...... 눈 좀 떠봐...... 몬아.... 내 아내여......... 제발....... 사랑하니까... 눈좀 떠봐.............." "한번만... 웃어주지 않겠니....... 다시 한번만.................." 몬은 미간을 찌푸린채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내 아이 낳아줘서............고맙다............... 고마운데................... 제발............. 뭐라고 말 해봐..... 날 사랑한다고 말해봐.......................... 제발.........제발...... 제발.........몬이야.. 사랑하는 몬아........" 바르칸은 자신의 눈물이 몬의 얼굴에 떨어지는대로 손으로 닦아내며 몬의 볼에 키스하고 입술에 키스했다. "뭐라고....... 해.......봐.................제발.........." 바르칸은 몬이 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애인이 이렇게 보호받지 못하고 처참하게 죽어 있는게 너무 가엾고 애닯아 견딜 수가 없었다. 나의 반려. 나의 아내. 나의 정인. 나의 애인.... 나의 아이의 어머니..... 바르칸의 오열을 나무들이 서로 전하며 산 속에 울려퍼지게 하고 있었다. 달빛은 바르칸과 몬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아니, 한 가족을 밝게 비쳐 주고 있었다. 바르칸은 한 겨울에도 꿋꿋히 피어있는 붉은 꽃향기에 서서히 무너져 갔다. . . . . . . . . The End (그대의향기-번외) by pero